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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접종후 수술로 생계 막막한데…의료비 지원받으려고 대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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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성 입증 비용도…4개월 지나도록 '무소식'

"병원비 내야 의료비 지원…결국 대출받아 내"

뉴스1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26일 오후 부산시청 광장에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2021.12.26/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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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아들이 고3인데 대학을 못 가요. 돈을 버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들한테 '1년만 기다려 보자'하면서 울고불고 그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2차 접종 이후 쓰러진 배우자를 6개월여간 간병해온 안병두씨(51)는 최근 아내를 간병인에게 맡겨두고 일터로 돌아왔다.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인 안씨는 병원에 있는 아내가 걱정됐지만 '밥이라도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고 했다.

그동안 요양보호사인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빠듯했는데 아내가 쓰러지고 병간호를 하다 보니 잔고는 바닥을 넘어 지하로 떨어졌다. 그는 14일 뉴스1과 통화에서 "제가 6개월 동안 간병을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집에 쌀도 없고 생활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안씨의 아내 지수복씨(48·여)는 7월2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한 뒤 심근염 증상을 보여 심장이식을 받았다. 수술비, 입원비 등 안씨가 자부담해야 할 비용만 8000만원이 넘었다. 백신 이외에는 심근염을 일으킬 요인이 없어 부작용 신고를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 지씨의 심근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성을 입증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질병청은 "심근염이 백신 접종과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유발할 다른 위험요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씨의 사례를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심의 기준 5단계 중 4-1단계(예방접종과 이상반응 발생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자료가 불충분할 경우)로 판정했다. 4-1로 판정이 될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씨가 지난해말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지급받은 의료비 지원금은 600만원 정도였다. 안씨는 병원에서 청구된 비용을 신청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질병청에서는 병원비를 내고 영수증을 제출해야 그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안씨는 아내를 간호할 당시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내야 할 병원비 중에 600만원만 냈는데 의료비 지원은 이 비용만 보전해 준 것이었다.

안씨는 "'질병청에서 병원으로 비용을 바로 지급해 주는 것은 안 되는 것이냐'고 문의를 했는데 '그럴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라며 결국 카드로 1000만원을 대출받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나머지 2400만원 비용을 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안씨는 백신과의 인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조직검사 비용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며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심장이식 수술을 하면서 떼어낸 심장을 가지고 백신과의 인과성을 찾기 위한 검사를 했는데 당시 보건소에 문의해 보니 관련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어 비용 61만원을 내야 했다고 했다.

이후에 안씨가 "백신 이상반응이 의심되는 사망자의 경우 부검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데 왜 살아있는 중증환자의 조직검사 비용은 보전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관할 보건소에서는 지난해 9월 관련 지원 신청 서류를 의료비 신청 서류와 함께 받아줬지만 그 이후로 보상이 되는 건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에 대해 안씨는 "정말 안 준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 준다.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전화해도 알아보겠다고만 말하고 답이 없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씨의 사례에 대해서 질병청 관계자는 "이상반응과 관련한 검사비는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라고 답했다. 검사비나 의료비 지원의 경우에도 "지급 시기가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 최대한 빨리 지급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씨는 앞으로의 일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간병비가 하루에 13만원이 드는데 한달하면 390만원이잖아요. 제가 하루 종일 벌어도 그것도 못 벌어요"라며 "언제까지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후관리는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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