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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황제 조던’ 골프화 때문에…영하 10도에 전국서 ‘나이키 노숙’ 속출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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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플(추첨)·드롭(기습발매)·캠핑(줄서기) 이끈 나이키

14일 한정판 ‘조던 골프화’ 출시, 2030 열광

발매 첫날 18만→60만원대 손바뀜

#에그스토리: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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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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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6시30분 서울 도곡동의 ‘나이키 골프’ 매장. 영하 10도의 날씨에 ‘스니커 캠핑족’들이 풍찬노숙을 하고 있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골프화인 ‘조던 1 로우 G’(판매가 17만9000원)가 매장에 풀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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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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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장갑·털모자·부츠로 중무장을 하고 서성이던 회사원 정모(31)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골프에 흠뻑 빠졌다”며 “조던 골프화가 나온다는 말에 반차를 내고 캠핑에 나섰다”고 했다. 낚시 의자에 앉아있던 대학생 박모(22)씨는 “골프는 못 치지만, 득템하면 수십만원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해서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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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이번에 나온 골프화는 에어 조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클래식하고 상징적인 디자인을 차용했다.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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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신, 갑자기 골프화는 왜?

농구 황제가 농구화가 아닌 골프화를 만든다는 건, 조던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갸우뚱할 만한 소식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영국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뼈다귀 해장국집을 차리거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갑자기 테니스화를 출시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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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골프 스윙.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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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던은 뭘 해도 조던. 사실 그는 현역 때부터 골프 마니아였다. 시카고 불스 시절, 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도 36홀 라운딩을 돌았고, 2019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자신의 등번호 23을 딴 호화 골프장 ‘그로브 23’을 열었다. 이 농구의 신(神)은 “내가 골프에 빠진 건 가장 플레이하기 어려운 종목이기 때문”이라면서, 초보 골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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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왼쪽)이 '골프 친구'인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2009년 필드에서 공을 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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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승부욕으로 유명한 조던이 과거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친 일화도 유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던은 필드에서도 농구 코트처럼 18홀 내내 ‘경쟁자’ 클린턴 뒤를 쫓으며 도발했다. ‘나이스 샷’이라는 덕담 대신 “어린 소녀처럼 친다”며 상대의 멘탈을 흔들었다. 이처럼 조던과 골프 사이에는 나름대로 ‘스토리텔링’ 소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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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요즘은 업종과 업태별 경계가 흐려지는 이른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확산하고 있어, ‘이종(異種)’ 결합형 상품도 쏟아지는 상황. 조던의 ‘부캐’(부캐릭터)를 살린 골프화는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도 볼 수 있다.

“공격적인 상대든, 방어적인 상대든

나는 언제나 그에 반응하며 플레이한다.

하지만 골프를 치는 건

마치 거울을 보며 경기하는 것 같다.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나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는 기분이다.

조던이 말하는 "나에게 골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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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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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속출한 ‘나이키 노숙자’

▼대구 신세계백화점 ‘조던 골프화’ 오픈런 현장 영상(※소리를 켜고 보세요.)

그런 조던 골프화가 14일 아침 출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030 남성을 중심으로 전투 쇼핑이 시작됐다. 13일 밤부터 전국 30여개 나이키 골프 매장 앞에는 신상 포획을 노리는 노숙 텐트가 들어섰다. 발매 당일 나이키 온라인 쇼핑몰은 접속자 폭주로 금세 먹통이 됐다.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회원들은 기자가 새벽에 찾았던 서울 도곡동 매장뿐 아니라, 전국 매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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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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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매장 헬(hell·지옥)파티. 싸움났음.’ ‘영등포 난리도 아님. 앞에서 싸움!’ ‘의정부, 한 사람 뛰기 시작하면서 개판.’ ‘일산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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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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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신발이 좋아서 10년 근무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운동화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을 운영 중인 와디(40·본명 고영대)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이키가 조던 골프화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응이 미지근 했죠. 그런데 최근 리셀(resell·재판매) 시장에서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농구화와 농구 선수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골프를 치기 시작했거든요. 나이키도 이런 수요를 읽고, 가장 상징적인 모델인 조던 1 시카고 골프화를 출시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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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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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씨 말처럼 2017년에 출시된 ‘조던1 레트로 골프 클릿 시카고’는 얼마 전 국내 리셀 플랫폼에서 209만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나온 ‘조던 1 로우 G’ 역시 같은 플랫폼에서 발매 3시간 만에 240여 켤레가 평균 63만4000원(최고가 80만원)에 재판매됐다. 노숙으로 획득한 운동화를 판매가(17만9000원)보다 3.5배 높은 금액에 되팔아, 평균 45만5000원의 수익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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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나이키 골프화 '조던 1 로우 G'가 발매된지 30여분 만에 한 리셀 플랫폼에서 수십만원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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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폭풍질주, 유니클로 꺾어

나이키는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21 회계연도(2020년 6월~2021년 5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조4522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연 매출을 올렸다. 이전까지는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에 기록한 1조3780억원이 최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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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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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열풍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나이키 글로벌 전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9% 증가한 445억달러(약 52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회사 구겐하임은 올해 가장 좋은 투자 종목으로 나이키를 꼽았다. 유통업계는 이 마케팅 명가(名家)가 코로나 승자로 떠오른 비결을 분석 중이다. △'아마존’에 맞서는 소비자 직접판매(D2C) 파워 △'조던’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다품종소량생산(한정판)을 통한 희소가치 창출 △발 빠른 디지털 전환 전략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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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 온라인 운동화 커뮤니티에 인증한 사진들이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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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새벽 영하 10도, 나이키 노숙 현장에선 브랜드가 가진 강력한 힘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발적’ 줄 서기는 젊은 소비자와 브랜드를 끈끈하게 엮는 도구가 된다. 신상 발매 정보를 알아내려고 홈페이지와 매장을 수시로 드나들고, 출시일에 맞춰 애타게 기다리는 체험을 통해 많은 충성 고객이 탄생해왔다. 우리는 브랜드의 노예인가, 욕망의 주체인가. 나이키 스니커즈는 “오는 15일에 에어 조던 4, 18일에 덩크 로우 할로윈 한정판을 추첨 판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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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14일 나이키 '조던 1 로우 G' 골프화 쇼핑 현장. /한경진 기자·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다시보기

천만원 들고 백화점 개구멍 찾는 ‘샤넬 노숙자들’ ☞주소 https://url.kr/m37xjz

아침 9시부터 줄...삼각지 고깃집서 4년째 ‘갈비 오픈런’ 하는 이유 ☞주소 https://url.kr/lztg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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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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