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구찌 가문의 몰락,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리뷰]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오마이뉴스

▲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족은 태어난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직후부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온다. 서로 많은 교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각자가 가진 특성이 있겠지만 일단 자신의 부모가 하는 일에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예체능에 재능이 있는 경우, 그 분야에 접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리고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가라면 기업 운영이나 그 기업이 속한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렇게 접한 정보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결정한다. 가족과 비슷한 길을 가든, 그 반대의 길을 선택하든 그것이 가족에게 받은 교육과 정보들을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일반적으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부르는 사업들이 있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대를 이어 가족의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그룹의 총수들은 부모를 이어 일종의 가업을 물려받는다. 그렇게 기업의 운영권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가족의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축적된 부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방해하는 인물이나 요소들은 보이지 않게 제거되어간다. 일종의 가족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가족에 외부인이 새롭게 들어오거나 외부인이 가족의 일에 개입하려 할 때,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투쟁이 나타난다. 이런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의 관계를 깨지게 한다.

명품 기업 구찌 가문의 비극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했던 구찌 가문의 이야기를 담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구찌 가족들은 그 관계의 멀고 가까움과 관계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고, 그들의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에도 큰 영향을 받아왔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마우리찌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는 사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그는 법률을 공부하고 있고 아버지 로돌포 구찌(제레미 아이언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티에서 만난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와 결혼을 한다. 마우리찌오는 가족을 등지면서까지 구찌 가문과 멀어지는 듯하지만 아내가 된 파트리치아에 의해 다시 본인의 가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마이뉴스

▲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우리찌오가 다시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데 도움을 준 이는 삼촌인 알도 구찌(알 파치노)다. 구찌의 운영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아들인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의 무능함에 실망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은 능력이 있어 보이는 마우리찌오와 파트리치아를 자신의 사업 영역 안으로 들여놓는다. 결혼 이후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마법은 조금씩 마우리찌오를 알도와 가깝게 만든다.

영화의 결과만 놓고 보다면 파트리치아는 악녀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초반 그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추종자다. 파티에서 처음 마우리찌오를 만난 파트리치아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그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사랑은 순수해 보이고 구찌 가문이라는 거대한 부의 원천이 없더라도 빛날 것만 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구찌 가문의 가족들과 조금씩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구찌 가문의 영향력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구찌 가문을 바라보는 파트리치아

구찌 가문과 기업의 문제점을 보는 인물은 다름 아닌 파트리치아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그는 각 인물들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파고든다. 시아버지인 로돌포는 자신이 배우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이 만든 구찌의 스카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파트리치아는 배우로서의 로돌포를 전혀 알지 못한다. 삼촌 알도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을 본다. 기업 구찌를 운영하는 알도의 비도덕적인 재무 문제를 발견해내고 알도를 경영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조카인 파올로에게는 무능력을 보게 되고 그를 이용해 구찌 경영을 온전히 남편 마우리찌오가 차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영화는 구찌 가족의 인물들이 가진 문제점을 하나씩 파고들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보는 관객들이 어떤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라 게이 포든의 소설 '하우스 오브 구찌'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거장 리들리 스콧에 의해 흥미롭게 영상화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영화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이 각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파트리시아의 시선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마우리찌오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구찌 가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객관적인 외부자의 시선으로 영상에 담았다.
오마이뉴스

▲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차례차례 드러난다. 어떤 인물은 편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어떤 인물은 무능하고 또 다른 인물은 개인적인 욕망에 심취해 있다. 영화 초반 아주 순수하게 보였던 마우리찌오조차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보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영화 속 유일한 외부인이었던 며느리 파트리치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하나씩 까발려진다. 그렇게 구찌 가문이 몰락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담겨있다.

레이디 가가의 훌륭한 연기와 리들리 스콧의 뛰어난 연출이 만들어낸 수작

가문의 외부자인 파트리치아가 영화 속 악녀지만, 구찌 가문을 몰락시키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구찌의 가족들이다. 서로 태어나면서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 존재들인 가족은 어쩌면 각자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무수한 영향을 주고 각자의 장점들이 무엇인지를 서로 알게 해 주지만 구찌의 가족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심취되어 자신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다른 가족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칼들은 외부인 파트리치아에 의해 각자 자신의 심장으로 향하게 된다.

파트리치아를 연기한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는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하우스 오브 구찌>를 통해 좀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여러 가지 패션과 머리스타일로 구찌 가문에 들어간 며느리로 완벽히 변신했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연기부터 질투와 분노의 화신이 되는 연기까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마우리찌오를 연기한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도 훌륭하며, 특히나 조카 파올로를 연기한 배우 자레드 레토의 열연이 돋보인다. 누군가 배우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가 자레드 레토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할 것 같다.

영화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은 20년 전에 이 소설의 판권을 구입하여 여러 번 영화화 시도를 했다. 그동안 여러 감독과 배우들의 손에 들어갔지만 구찌 가문의 반대로 영화화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리들리 스콧 본인의 손으로 연출을 하게 되었다. 영화는 그 당시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훌륭하게 담고, 그때와 어울리는 음악을 탁월하게 선택함으로써 몰입감을 더한다.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훌륭한 연출로 이야기의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김동근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