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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北미사일에 "의도 단정 말자"…세상에 '착한 도발'도 있나요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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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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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정부의 극초음속미사일 대응



A. “(북한이 쏜)발사물의 성질은 아직 더 연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규정해서는 안 된다.”

B. “북한이 연초부터 연속적으로 발사체를 시험발사한 의도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고 (계속) 분석하겠다.”

지난 11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과 중국 정부가 내놓은 반응이다. A와 B 중 어느 쪽이 한국이 낸 입장일까.

정답은 B다. 1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다.

언뜻 보면 구분이 힘든, 언제부터인가 매우 닮아가는 양국 입장의 핵심은 신중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성공해 1000km 수역의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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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관성 하나만은 인정할 만하다. 지난 5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자 통일부 당국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 의도를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한 매체에 “오늘 북한 보도 등에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언급이나 표현이 없고, 자체 국방력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라는 측면만 거론하고 있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두 차례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하며 한국과 미국을 노린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군 당국이 5일 북한의 발사와 관련, 비행속도 등을 이유로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고 성능을 깎아내린 데 대한 원색적 비난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할 수 있어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힐 것은 아니다. 정부는 안보를 다룰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며, 의도가 뭐가 됐든 안보에 대한 위협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미를 겨냥한 표현이 없었다니, 그래서 다행이라는 건가. 그럼 이번에는 북한으로부터 ‘삶은 소대가리’ 같은 비아냥을 듣지 않았다고 고마워하기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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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현장에 참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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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국방력 현대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유의하자는 것도 불법적 무기 개발을 용인하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 역시 정부가 내놓을 해석은 아니다. 북한은 핵 무력을 증강하면서도 ‘자위력 확보’를 이유로 댔다.

의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정확한 대응을 위해 의도 분석은 필수다. 하지만 그 목적이 애초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만 있다면, 결국 북한이 지닌 위협의 의도는 일부러 축소하거나 외면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제는 북한이 뭘 쏘더라도 정부가 ‘도발’로 규정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된다. 김여정이 금기어로 설정한 이상 이를 어길 리가 없다.

이처럼 위협의 심각성 수준이 아니라 의도부터 따지고 있다 보니,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우려 표명에도 동참하지 못한다.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미국 등 6개국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는데, 한국은 빠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대단한 대응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위반을 위반으로 부르자는 것 뿐인데 그조차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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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2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독자제재를 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까지 요구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역시 일관성 있는 입장을 보였다.

최영삼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긴밀한 수시 소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은 하는데, 그래서 이런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조치에 한국은 찬성한다는 것인지, 반대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에게 이를 다시 물으니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과 별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한‧미 간에 기본적인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즉답을 피했지만, “안보리 제재 대상 추가 지정과 별도로”라는 표현은 ‘기본적으로 걱정이 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안보리까지 움직이는 건 글쎄?’라는 말처럼 들린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도 미적거리던 미국이 연일 제재에 나선 건 이번에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의 기술 발전 수준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이게 위협의 의도는 아닐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종전선언이 더 절실해졌다”(1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고 역설하는 건 초점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세상에 ‘착한 도발’은 없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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