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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14년여만에 연속 기준금리 인상…'3%대 물가·미국 긴축'에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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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새 기준금리 0.75%p↑…가계부채·집값 등 금융불균형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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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14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직전 수준(1.2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인데, 금통위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여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금통위가 이례적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치솟는 물가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최근 다소 급등세가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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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 소비자물가 상승률 3개월간 3%대…한은 총재 "물가 오름세 장기화"

무엇보다 관리 목표(2%)를 훌쩍 넘는 최근 물가 오름세는 중앙은행으로서 방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작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 4월 2.3% ▲ 5월 2.6% ▲ 6월 2.4% ▲ 7월 2.6% ▲ 8월 2.6% ▲ 9월 2.5%로 6개월 연속 2%를 웃돌다가 마침내 10월(3.2%) 3%를 넘어섰다.

더구나 이후 11월(3.8%)과 12월(3.7%)까지 4분기 3개월간 3%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미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은 편이다. 한은의 작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앞으로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에 이르렀다.

커진 물가 상승 기대는 생산자의 가격 결정 등에 영향을 미쳐 결국 실제 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공급병목과 수요 회복이 겹치면서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내외 물가 흐름에서 두드러진 점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유발 요인이 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임금과 물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근거로 많은 전문가도 일찌감치 이날 금통위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중후반까지 높아지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금통위로서는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됐고, 올해 연간 인플레이션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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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통계청은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가 102.50(2020년=100)으로 작년 대비 2.5% 상승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0eu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한국, 선제적 인상 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 긴축을 서두르는 점도 금통위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공개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른 속도로(sooner or at a faster pace)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초 연준이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치고 6월께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의사록 공개 이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나왔다.

심지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준이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두 나라 기준금리의 격차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한은으로서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놓을 수 밖에 없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금통위 안에서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연구원은 "1월 인상 이후에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 한은이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통위의 0.2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단 미국 연준 기준금리(0.00∼0.25%)와 격차는 1.00∼1.25%포인트(p)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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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청문회서 금리 인상 관련 발언하는 파월 미 연준의장
(워싱턴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필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2.1.12 sungok@yna.co.kr


◇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개선 요원…자금조달 비용 정상화 노력해야"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고 지난해 12월 은행권 가계대출도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금융 불균형' 문제도 여전히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9%로 집계됐다. 통계가 시작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2020년 3분기 말보다 9.4%p 더 올랐다.

가계부채(1천844조9천억원)는 1년 새 9.7% 늘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10년 말(843조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이처럼 민간 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까지 뛰면서, 신용축적 정도와 자산(부동산·주식·채건) 가격, 금융기관의 복원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분기 기준 FIV는 56.4로, 2분기(59.2)보다는 낮지만 코로나19 사태 직전 2019년 4분기(42.6)를 웃돌았다.

특히 부동산 부문의 지수(100)는 199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나 여건에 견줘 최근 부동산 가격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인상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높아 금융 불균형 상황의 가시적 개선은 요원한 만큼, 자금조달 비용의 정상화 노력과 관련 당국 간 정책협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실질 기준 금리 수준이 올해(2021년) 봄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상황인 만큼 완화 정도 조정의 필요성은 더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shk999@yna.co.kr, pan@yna.co.kr,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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