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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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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대머리 의사' 터졌다…의사 때려친 작가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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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내과 박원장' 작가 장봉수 인터뷰

의사 접고 전문 웹툰작가로 활동

개업의 현실 리얼하게 그려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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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에서 주인공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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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TV에 나오는 의사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멋지게 살려냈고, 블링블링 럭셔리했으며, 예쁜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다.'

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의 도입 부분. 이 웹툰은 TV 드라마 속 화려한 의사들의 모습을 앙망하며 삼수까지 해서 의대에 간 박원장의 이야기.

하지만 20년 뒤 박원장이 맞이한 현실은 다르다. 탈모로 머리는 벗겨지고, 복부 비만과 관절염에 시달리며, 은행 빚 걱정에 한숨 쉬는 개원의 신세다. 환심을 사기 위해 발톱을 깎아달라는 진상 환자의 비위도 맞춰야 하고, 병원 적자를 메우기 위해 피부 시술을 알아보러 다니며, '장사꾼'이 된 자신의 신세에 남몰래 눈물 흘리기도 한다. 매일 "마포대교"를 외치는 그에게서 드라마 'ER'의 조지 클루니나 '하얀거탑'의 장준혁 같은 멋진 의사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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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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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이렇게 현실에 찌든 대머리 중년 의사를 내세운 '내과 박원장'은 대한민국 개원의의 짠내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와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도 제작돼 14일 티빙 오리지널로 방영될 예정. 작가 장봉수(45)씨는 실제 개원의 출신 웹툰 작가다.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웹툰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웹툰 작가로 전업했다. 그는 왜 의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웹툰에 매달리게 됐을까. 지난달 27일 그를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박원장은 실제 경험담인가

A : 박원장은 보편적인 의사를 그린 거다. 내 경험담이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 현실과 허구가 모호하게 섞여 있다. 일단 의사라면 보통 내과를 떠올리고, 동네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들은 대개 머리가 벗겨지고, 40대에 배 나온 아저씨다. 예전에 배우 김상호씨가 의사 가운을 입은 모습을 봤는데 기존 미디어에서 그리는 의사와 달라서 그것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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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내과 박원장'의 작가 장봉수씨가 그린 캐리커쳐. 작가와의 협의로 사진 대신 실물과 닮은 캐리커쳐를 사용 [그림 장봉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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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의사로 활동하면서 웹툰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 어릴 때부터 만화광이었다. 고교 시절 독서실 간다고 하고는 만화방에 가기 일쑤였고, 안 본 만화가 없다. '의룡', '닥터 노구치' 등 의학 만화도 많이 봤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데생책을 사서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그림만 그린 날도 많다. 의사가 된 뒤에도 만화가에 대한 꿈은 여전했고, 바둑 사이트에 웹툰 '바둑광 박부장'을 연재했다. 반응도 괜찮았는데 1년 후 개원하고는 힘들어서 중단했다. 그렇게 3~4년 정도 지났는데, 한 번 독자들의 반응을 겪어보고 나니까 묻어두기가 힘들더라.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니 3~4컷 쓱쓱 그려서 의사들만 들어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는데, 반응이 터지더라. 그러면서 네이버 웹툰에 도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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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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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Q : 처음부터 웹툰 작가로 전업할 계획도 그렸나.

A : 사실 처음엔 취미로 한 두 달에 하나씩 올리면서, 7~8화 정도까지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네이버 베스트도전(자유롭게 올리는 웹툰 작품 중 엄선된 작품들의 공간. 정식 연재 전 단계)에 오르기도 전인데, 7회 정도에서 판권이 팔렸다. '아, 이걸 돈 주고 산다고?' 생각에 좀 놀라웠다. 이어서 베스트도전에도 오르고 네이버 측에서도 정식 연재를 제안했다.

Q : 아무리 웹툰이 좋아도 의사를 그만두는 건 힘들었을 텐데…

A :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사실 네이버 베스트도전(정식 연재 전 자유롭게 올리는 공간) 시절부터 정식 연재 제안을 다른 데서 받았다. 당시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이 정도 수입으로는 어렵겠다'고 해서 접었다. 그런데 네이버 정식 연재도 되고, 드라마화가 결정되면서 마음이 완전히 움직였다. 이 정도로 반응이 좋다면 우리가 1년 정도는 쉬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수입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은 피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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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의 작가 장봉수씨의 작업 모습 [사진 장봉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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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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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Q : 실제로 웹툰 작가로 살아보니 어떤가.

A : 이제 3개월 해봤는데 적성에 딱 맞는다. 종일 출근 안 하고 만화만 그리는 건 재밌는데, 일주일마다 마감을 해야 하니까 그 재미가 반감된다. 마감 주기가 열흘로 늘어난다면 삶이 훨씬 나을 것 같다.

Q : 댓글을 보면 '의사들은 화려한 줄만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A :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와 실제 의사들의 삶은 큰 차이가 있다. 의대가 늘어나고 공급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전엔 의대 나와서 개원만 하면 건물 한 두 채씩 올리곤 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일단 개원할 공간도 없다. 나도 조건을 따지며 뒤지고 뒤져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가서 개원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지방도 경쟁이 치열하다. 텃세도 심하고, 악성 민원이나 덤핑을 이용하기도 한다. 결국 7년 만에 병원을 접고 페이닥터로 일했다. 나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버네'라며 부러워하는 동료 의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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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 [사진 네이버 웹툰]



Q : 결말도 정해져 있나

A : 40화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 당초엔 의사들을 대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보니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인생의 쓴맛, 소주 마시면서 '크~'하고 페이소스를 음미할 수 있는 결말을 보여주려고 했다. 개원의의 90%는 남자라서다. 그런데 지금은 독자가 더 젊어졌고 여성들도 많다. 그래서 이대로 해도 될지 고민이다.

Q : 차기작도 구상했나

A : 17~18세 천재 여성 기사를 등장시키는 바둑만화를 그릴 것 같다. 바둑을 워낙 좋아해서, 장봉수라는 필명도 원래 성인 '장'에 서봉수 9단의 이름을 결합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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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 [사진 티빙]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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