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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슈can영상] 수요집회 30년, ‘슬픈 시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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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소녀상 인근서 1525차 수요시위

정의연, 수요시위 한지 벌써 30년

자리 선점 위한 단체들 대립 여전

보수단체, 불침번 서면서 집회신고

자리다툼 계속되며 서글픈 시대상

헤럴드경제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 30주년 기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5차 정기 수요시위’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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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1992년 1월 8일 일본 위안부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첫 수요시위를 개최한 지 8일로 30주년이 됐다. 정의연은 이달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1525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매주 맞불집회로 첨예한 대립을 벌이던 보수단체는 이번에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 옆 시위 장소를 선점했다.

정의연의 수요시위가 소녀상에서 멀어지게 된 시점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부터 시위 장소 선점에 나선 보수단체에 밀려 소녀상에서 30m가량 떨어진 장소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정의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회가 제한된 이후 1년 4개월 동안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로 집회를 이어왔다.

▶▶▶수요집회가 열린 지 벌써 30년이 됐다고 합니다. 단체 간 자리싸움이 여전한 수요시위 현장을 촬영했습니다. 시대의 아픔과 슬픈 자화상이 담긴 현장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일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하면서 같은 해 7월부터 제한된 집회와 시위도 가능해졌지만, 이때를 맞춰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소녀상이 있는 위치를 선점해 정의연의 수요시위 장소는 인근으로 옮겨졌다.

자유연대는 정의연의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단체 후원금 의혹을 이유로 줄곧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를 위해 이 단체는 몇 달에 걸쳐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면서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해 자리를 확보했다. 그 결과, 정의연은 소녀상에서 오른쪽으로 5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시위를 이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 다른 보수단체가 선점해 지난달 1일 1520차 수요시위부터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30m가량 더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하게 됐다.

30주년 집회날도 자리싸움 각축

30주년 수요시위가 열린 이달 5일에도 소녀상 주위는 진보와 보수단체들이 싸우는 각축장이 됐다. 이날 수요시위 참석자 100여명은 노란색 나비가 그려진 손팻말을 흔들며 일본 정부의 사과와 법적 보상을 촉구한 반면, 자유연대 측에서는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정의연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가짜 평화 세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역시 소녀상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놓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반일행동’이 극우 단체들에 맞서 시위를 진행했다.

정의연은 성명을 통해 “일본 한복판에서나 있을 법한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수요시위 장소를 빼앗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사과 vs 정의연 해체 등 대립여전

계속된 자리 다툼에 정의연, 나눔의집 등 6개 단체가 연합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긴급구제 조치란 진정 관련 인권 침해·차별 행위가 계속될 개연성이 있고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결정 전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다.

반면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정의연의 인권위 진정 소식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연대는 정의연이 자유연대만을 지목해 진정을 제기한 것이 아니어서 당장 법적 대응을 예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단체는 ▷정의연 해체 ▷윤 의원 구속 ▷정의연 모금 금액을 위안부 유가족에게 반환 등 자신들의 요구안 외에 다른 주장을 했다고 정의연이 주장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365일 경찰서에 대기하면서 집회 우선권을 따낸 것이고 정의연이 게을러서 집회 장소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당장 법적 대응은 없겠지만 우리 단체에서 주장하는 세 가지 조치 외 우리가 추가 주장을 했다고 정의연 측에서 주장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시너지영상팀]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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