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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수요집회 30돌, 소녀상 양쪽 두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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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반일행동 소속 학생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가운데 30주년을 맞은 수요시위 참석자들이 외교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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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사죄는커녕 퇴행만 거듭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5일로 30주년을 맞은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이 한 말에선 착잡함이 묻어났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해 만 30년이 된 시위는 이날로 1525차를 맞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의 공식 명칭은 ‘152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다.

수요시위 옆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 자유연대 등의 집회가 열렸다. 양측 집회에는 약 300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150여 명을 투입해 양측의 충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자유연대 측에서 수요 집회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외교부 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수요시위는 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 명이 모여 처음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위했다. 2020년부터 수요시위 측과 보수단체 측은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자유연대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정의연 후원금 의혹이 불거진 뒤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집회를 열어왔던 정의연은 소녀상에서 15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그간의 역사를 다룬 사진 40여 장이 전시됐다. 참가자들은 노란 나비 모양의 팻말을 흔들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자유연대 측에서는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정의연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가짜 평화 세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정의연은 성명을 통해 “일본 한복판에서나 있을 법한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수요시위 장소를 빼앗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이용수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수요시위 참가자들에게 심정을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은 거짓말을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말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이번이 (수요시위) 30주년인데 아직도 일본은 막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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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현장 너머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맞불 집회를 하는 반일동상 진실규명공대위 관계자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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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수요시위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긴급구제 조치란 진정 관련 인권 침해 및 차별 행위가 계속될 개연성이 있고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결정 전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를 말한다. 정의연 등은 수요시위 장소에서 폭력과 명예훼손 등 인권 침해 상황이 벌어짐에도 공권력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반인권적 상황을 인권위가 구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위 관계자들은 수요시위와 보수단체 양측의 집회 상황을 확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서 제출과 관련한 조사 목적은 아니고, 현장 상황을 살펴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용기를 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또 1525차 수요집회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생이 많으셨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나운채·최서인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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