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정치인 꿈꾼다면 전과는 필수” 웹툰이 달라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네이버 웹툰 연재 중인 김성모·박태준 작가의 ‘쇼미더럭키짱!’(왼쪽)과 이원식·꿀찬 작가의 ‘삼매경’. [네이버 웹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인을 꿈꾼다면 전과는 필수다!! 마치 중국집과 오토바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란 말이다!”

13일 만화가 김성모·박태준이 공동 연재하는 네이버 웹툰 ‘쇼미더럭키짱!’에 등장한 장면. 댓글 창에는 “전과 4범은 돼야 대통령 하지” “공중파 개그맨들이 못하는 정치코미디를 웹툰계에서 선보여주시는 만신(만화의 신) 듀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특정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이와 관련해 김성모 작가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적 풍자로 즐기는 댓글은 여전하다.

2000년대 중반 웹툰이 알려질 무렵만 해도 10~20대의 감성에 맞춘 가벼운 일상물이나 4컷툰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고 장르도 다양화하면서 정치나 사회 현상을 풍자한 내용도 많아졌다.

네이버 웹툰 ‘삼매경’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28일 주인공이 “청원에 50만 명이 동의해도 그게 국민의 뜻이 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자 청와대를 비꼬는 댓글들이 달렸다. ‘삼매경’은 행맨이라는 빌런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어 50만 명 이상 동의할 경우 대상자를 처형하는 내용. 이를 일부 독자들이 청와대의 국민청원제도를 비튼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만화 관련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정치나 사회 이슈를 작품에 투사하는 경우가 느는데, 웹툰의 주 독자층이자 현 정부에 비판적인 10~20대의 성향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유명 웹툰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이다. 지방대를 나온 20대 청년 우기명의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터치했던 이 작품은 후반부로 가며 주택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1월 ‘복학왕’에서 등장인물들이 아파트 청약을 위해 체력장을 펼치면서 아파트 벽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사다리를 오르는 장면을 그렸다. 또 산속에 허름하게 지어진 ‘임대주택’을 바라보며 “그런 집은 너희들이나 실컷 살아”라고 외치는 장면도 나왔다.

웹툰이 대중적 영향력이 커지고, 기존 대중문화의 풍자 기능이 위축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란 해석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엔 정치 지지층 누리꾼들의 공격이 심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종 규제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웹툰으로 공론의 기능이 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 웹툰은 하위 장르가 아니라 대중문화의 주요 원천이자 데이터 자원이 됐다”며 “그런 성장 속에서 정치·사회 풍자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방송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많지만, 개인 작업에 가까운 웹툰은 풍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풍자가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기안84의 ‘복학왕’ 논란이 그랬고, ‘삼매경’도 독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일었다. 4월 박태준 작가의 ‘욕망일기’에선 주인공의 “훠훠훠”라는 웃음소리가 ‘ㅎㅎㅎ’으로 바뀌자 문재인 대통령의 웃음소리를 의미하는 ‘밈’이 검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검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웃음소리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일부 댓글을 본 작가가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는 “과거 몇 정치인들이 자신을 풍자하는 콘텐트를 상대로 소송도 걸었는데, 이런 게 빈번하면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꺾일 수밖에 없다. 작품 수정이나 퇴출 요구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대중문화에서 작가가 정치적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과도기가 지나면 서로 자유롭게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