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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나토, 회원국 아닌 우크라이나 방어?…러시아 침공 위협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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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입 약속’ 10여년째 헛공약
“동진” 러시아 자극 갈등 키워
전면전 부담 군 투입 미지수
바이든 “파병 없다” 선 그어
조지아 사태 전철 밟나 우려



경향신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이 나란히 게양돼 있다. 키예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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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10여년 전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허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도 못할 처지가 됐고, 이 ‘헛공약’이 오히려 러시아를 자극해 갈등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옛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군사동맹인 나토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랜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뒤 나토 가입을 요구했고,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회담에서 가입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나토는 가입 방법과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이 애매한 가입 허가가 오랜 갈등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NYT는 나토의 가입 약속이 러시아 정부에 일련의 모독과 굴욕을 줬다고 설명했다. 소련에 속했던 12개 나라가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자국과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까지 나토 문턱에 들어서자, 러시아는 나토가 바로 옆에서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나토의 동진에 불만을 제기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문제 삼아왔다.

문제는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애매한 관계다. 나토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심도 있는 양자 관계를 의미하는 ‘확대된 기회의 파트너(EOP)’ 지위를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지위에 대해 “나토의 대기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하며 하루빨리 나토 가입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트너 지위로는 나토의 집단방위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더라도) 나토가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라며 파트너 관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것은 테이블 위에 없다”고 밝혔다. “나토의 상호방위조약 의무는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 등 서방은 일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경제 제재 등 초강경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냉전 이후 나토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1991년 소련과 동유럽 진영을 묶어온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된 만큼 이에 맞서는 나토 또한 해체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략술> 저자인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명예교수는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이 가입을 희망하면서 확장되기 시작한 나토는 언제 어떻게 확장을 멈춰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도발할 수 있는 가입 약속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 가입 약속을 받은 조지아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나토 가입 허가 약속이 나온 뒤 4개월 후 러시아는 조지아를 침공해 영토의 20%를 빼앗아갔다.

2008년 부쿠레슈티 회담에 미국 국가정보관으로 참석했던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러시아 전문가는 “나토 회원국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을 반대했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다”면서 “이후 푸틴 대통령은 대화의 문을 닫았다. 부쿠레슈티 회담의 결정이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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