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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똘똘 뭉친 KT ‘원팀’ 정신 살려 프로야구 ‘왕조’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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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MVP 박경수 인터뷰

프로 데뷔 19년만에 첫 통합우승 감격

만 37세에 꽃 핀 대기만성형 야구인생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 받은 느낌

KS 3차전 부상… 구단에 목발 기증 영광

이강철 감독, 2022년 주장 선임 무한 신뢰

세계일보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가 지난 8일 세계일보 사옥을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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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 가장 행복한 남자가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바로 프로야구 KT를 통합 챔피언 등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가 된 박경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할대 타율(0.192)로 부진했지만 만 37세,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나선 KS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치며 역대 최고령 MVP가 되며 활짝 웃었다. 2003년 고졸 최고 내야수라는 극찬 속에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기대주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 2015년 KT로 이적하고 나서야 대기만성한 그의 야구인생이 마치 올 한 해에도 압축돼 재현된 듯하다.

그래서 지난 8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을 찾은 박경수에게 신인 계약 당시 생각했던 미래와 우승 순간 돌아본 과거가 어땠는지를 물었다. 이에 박경수는 “처음 계약했을 때는 자신감도 있었고 좋은 것만 상상하며 노력해서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프로의 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현실에 부딪혔고 부상까지 있어 힘들었다”며 이후 힘겨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래도 우승이라는 보답을 받으면서 박경수는 이젠 편안하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 그는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동안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생활 말년에 통합우승이 찾아왔고 큰 경기에서 MVP까지 받아 감동과 기쁨이 더하다”고 말한다.

이런 감동이 팬들에게도 전해진 것은 우승 순간 그가 목발을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KS 3차전 수비 도중 종아리 근육파열로 마지막 4차전에 뛸 수 없었지만 팀 후배들은 우승이 확정된 뒤 맏형 유한준의 부축을 받으며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로 나오는 박경수를 향해 도열한 채 박수를 보냈다. 이 목발은 KT 구단에 기증돼 구단 역사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박경수는 “목발 기증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지 몰랐는데 내게는 큰 영광이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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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박경수는 “상은 내가 받았지만 진정한 MVP는 ‘팀 KT’다”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팀 KT’란 “프런트부터 코치진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로 똘똘 뭉친 진정한 원팀이 된 모습”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경수를 내년 주장으로 선임하며 원팀을 다시 한번 만들어 달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캡틴’ 박경수가 바라는 것은 이런 ‘팀 KT’가 강자로 자리 잡아 ‘왕조’로 거듭나는 것이다. 하지만 팀에 변화가 없을 수 없다. 당장 든든한 맏형이었던 유한준이 은퇴를 선언했다. 여기에 올해 주장이었던 황재균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라 잔류를 확신할 수 없다. 팀의 주축으로 커가고 있는 강백호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그래서 박경수에게 이들 세 사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먼저 유한준에게는 “가장 많이 의지했었고 가장 많이 본받으려 노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는 같이 못해 아쉽지만 우승 타이틀을 갖고 은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황재균에게는 “우승팀 주장으로 고생해 줘서 고맙다. 원하는 대로 계약 잘 됐으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우리 팀에 남아서 힘 합쳐 팀을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강백호에게는 “어린 나이에 팀 주축이 돼 부담도 많았을 텐데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스럽다”면서 “그래도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우승했고 원팀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기에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백호도 이제 많아지는 후배들을 잘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개인 타이틀을 놓쳐 아쉽겠지만 우승을 위안 삼아서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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