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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릉앞 아파트' 사실상 철거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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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위원회가 김포 장릉 앞 아파트에 대해 사실상 철거 권고 조치를 내놨다. 건설사들이 이에 불응해 법적 소송을 진행하면 내년 6월로 예정된 입주 시기가 지연돼 3400가구에 달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심의했다"며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심의를 '보류'한 뒤 '재심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라"고 명시했다. 위원회는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할 때 사업자가 제출한,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제가 되는 아파트 건설 회사들은 사실상 아파트 일부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건설사들에 아파트 철거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철거를 담은 개선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계속 '보류'를 내서 입주 등을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행정당국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기보다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위원회가 사실상 김포 장릉 아파트에 대해 철거 권고를 내리면서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금성백조와 대광이엔씨는 인천 서구청과 문화재청 등에 김포 장릉 주변 공동주택 단지 조성과 관련한 현상변경 허가 신청 철회를 요청하고 문화재위원회가 주도하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심의 결과를 통보받은 대방건설 측도 관련 회의에 착수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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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의에서 문화재위원회가 제시한 건축물 높이 조정 기준은 인근에 건립된 삼성쉐르빌아파트와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이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대방건설은 20층으로 지은 아파트에서 최대 4개층을 철거해야 한다.

대방건설의 경우 전체 21개 동 중 7개 동이 문제가 되는데, 207동과 212동 2개 동을 제외한 5개 동은 16~19층으로 높이를 낮춰야 한다.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가 자문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골조가 이미 완성된 아파트 상부 일부 해체에 대한 가능 여부를 묻는 문화재위원회의 질의에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는 "해체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는 "안전성에 영향은 미미하다"며 "단 검증된 해체계획서에 따른 철저한 시공 관리와 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의를 받은 대방건설 외 다른 건설사들은 이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향후 법원에서는 문화재청과 건설사들의 첨예한 입장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검단신도시 사업 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해당 아파트와 관련해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 등 허가'를 받았고, 이를 승계받은 건설사들이 적법하게 아파트를 지었다는 입장이다. 또 문화재청이 2017년에 강화된 규제 내용을 부당하게 소급 적용했다거나 관련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제때 통보해주지 않아 현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2014년에 받은 현상변경 허가는 '택지(땅)'에 대한 것이고, 개별 건축물은 2017년 개정된 관련법에 따라 다시 허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제기된 아파트 단지 3곳은 내년 6~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 예정 물량만 3400가구에 달하는데, 이미 2019년에 분양을 끝냈다. 건설사들은 남은 공정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사실상 연내 공사 재개가 물 건너가면서 입주 일정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화재당국의 행정 행위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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