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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거리두기 없이 대면 고수한 스웨덴…확진자 확 줄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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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확산 비상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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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스웨덴과 미국 플로리다주의 상황 호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다른 지역들보다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고 있으며 특히 중증환자 비율이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는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의 이상적 모습을 보여준다"며 "백신·거리 두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방역을 다양화하고 감염에 대한 공포심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입원자가 60명이다. 미국 전체 평균이 180명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도 마찬가지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는 80명으로, 미국 전체 평균(360명)보다 현격히 적다. 미국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신규 확진자 발생 건수가 줄어든 셈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회는 지난달 연방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금지 법안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당 스웨덴의 7일간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206.66명이다. 이웃 노르웨이(703.38명)나 프랑스(662명), 독일(661.98명), 영국(701.21명)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입원 환자 통계에 있어서도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상황이 양호하다. 인구 100만명당 스웨덴의 입원 환자 수는 29명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39명, 107명에 이른다. 영국의 병상 실태는 심각하다. 샬럿 서머스 케임브리지 의대 교수는 8일 BBC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수요가 극도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대부분이 병상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의 일드프랑스 지역은 이날 역내 모든 종합병원이 코로나19 관련 '비상계획' 가동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네덜란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외에 다른 진료 규모를 축소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스웨덴의 방역조치가 강한 것도 아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산정하는 국가 규제 엄격성 지수에서 스웨덴은 19.44로 나타났다. 학교 휴업과 직장 폐쇄, 공공 행사 취소, 공공 모임 제한, 대중교통 제한, 가정 내 거주 요구 사항, 공공 정보 캠페인, 내부 이동 제한, 해외 여행 통제 등 9가지 요소로 구성된 해당 지수는 0~100으로 수치화돼 있으며 숫자가 클수록 규제 강도가 강하다. 독일이 84.26, 프랑스와 영국이 각각 66.67, 46.76이다.

스웨덴은 팬데믹 초기부터 '집단면역 실험'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최소한의 방역조치만 취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어도 자유방임형 방역은 유지됐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재확산 비상 속 방역을 강화하는 가운데 오히려 관련 제한 조치를 풀어 나가는 단계다. 백신 접종 완료율도 이웃 나라들보다 그다지 높지 않아서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국내에선 'K방역의 역설'이 스웨덴 등의 사례를 통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줄곧 강화된 거리 두기를 시행했음에도 스웨덴 혹은 플로리다주와 비교했을 때 방역 상황은 도리어 역전됐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진작에 대폭적인 방역 완화를 시행했던 스웨덴의 경우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이 함께 유행 억제에 기여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자연면역이라는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만 강요하는 방역조치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자연감염을 통한 면역이 더 효과적이란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부러 코로나19에 감염될 필요는 없지만, 감염되었다가 경증·무증상에서 회복 시 더욱 우수한 항체가 형성된다는 요지다. 앞서 미국 록펠러대의 미헬 누센츠바이크 교수 연구팀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확진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시 생기는 기억 B세포는 mRNA 백신을 맞았을 때보다 중화 작용을 더 잘하는 항체를 만든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밝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재감염률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밝힌 국내 코로나19 재감염 추정 사례는 모두 138건이다. 이는 당일 기준 누적 확진자 43만2901명 중 0.032%에 해당하며, 10만명 중 32명꼴에 불과하다. 이에 국내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자연감염에 따른 면역 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주현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연감염에 따른 항체는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에 비해 효과가 월등히 높다"며 "감염되지 않도록 개인 위생을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겠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신의철 카이스트 면역학 교수도 "고령층 추가 접종이 충분히 이행된 상태에서 자연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위드 코로나의 가장 이상적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연감염을 통한 면역 형성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자연면역 형성은 기저질환 유무, 중증 이행 여부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해도 어떤 이들은 무척 강하게 면역이 생기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분들 역시 2회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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