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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MSCI선진지수 목표로…정부, 월가 큰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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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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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MSCI 주주들과 대거 접촉에 나섰다. 9일 기획재정부와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MSCI 주요 주주 등 전 세계 기관투자자 50여 곳을 대상으로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비공개 의견 수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MSCI 주주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수집된 의견을 바탕으로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세부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최근 한국투자공사(KIC)를 비롯한 국내 위탁기관을 통해 블랙록, 뱅가드 등 MSCI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자본시장 개선 방안 조사에 들어갔다"며 "선진국지수 편입을 결정하는 MSCI의 지분을 쥐고 있는 주요 주주들 의견을 직접 듣고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블랙록, 뱅가드, 티로프라이스 등 대형 기관투자자의 MSCI 지분율은 90.8%에 달한다. 이들을 공략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속도를 붙인다는 게 한국 정부의 1차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기재부는 내년부터 외환거래 전자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외환 관련 금융 업계 단체인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주도로 외환거래 전자화 프로그램(API)이 금융권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기재부는 이 같은 방안을 오는 20일께 발표할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까지는 국내외 고객이 원화를 주문하려면 은행이나 외환딜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거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API가 본격화하면 전자주문 시스템을 통해 현물환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까지 할 수 있는 전자거래 물꼬가 트인다. 현재는 하나은행 등 일부 대형 은행만 API를 도입했지만 이를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외국환 매매 중개 업체 서울외국환중개의 정규일 사장은 "API가 활성화하면 예컨대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 기관이 국내 지점을 거치지 않고도 외환거래에 나설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원화거래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SCI지수는 세계 최대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MSCI가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글로벌 펀드가 투자할 때 잣대로 삼는 지표다. 크게 미국·유럽 등이 포함된 선진국지수와 아시아·중남미가 주축인 신흥국지수로 나뉜다. 신흥국지수에 포함된 한국은 2008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MSCI가 심사 때마다 24시간 원화거래가 가능한 역외시장 설립 등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전면 재개와 같은 한국이 쉽사리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연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내년부터 외환거래 전자화가 본격화하는 데다 그동안 증시 '뜨거운 감자'였던 공매도에 대한 당국 방침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며 "추후 공매도 재개 방법,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가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을 판가름할 시험대다. MSCI는 내년 6월 시장 참가자 의견 수렴을 거쳐 선진국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을 발표한다. 관찰대상국에 오른 후 최종 편입이 이뤄지는 시기는 2024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는 장단점이 섞여 있다.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는 한국 주식을 대거 담지만 신흥국지수를 따라가는 펀드는 한국 투자 대열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MSCI지수 추종자금(3조5000억~12조달러)을 바탕으로 역산한 결과,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코스피가 최대 4035까지 오르고 증시 안정성은 14.2%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MSCI 신흥 시장에 남아 있으면 유사시 자본시장 급변동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선진 시장 승격이 이뤄지면 주가 상승, 변동성 축소를 바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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