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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두나무가 우리금융 지분 1% 획득 이유...지방은행 인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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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업비트(두나무)가 실명계좌와 연동된 케이뱅크의 시스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신규 코인이 상장하거나 거래량이 많아져 매도‧매수 고객이 몰릴 때 마다 잦은 오류가 발생해서다. 이 때문에 두나무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1%' 획득을 발판으로 추가 거래은행을 물색하거나, 지방은행 인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나무 전략기획에서는 케이뱅크 시스템이 약해 계속해서 신규 상장 때 오류가 발생해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는 고민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내년 경영계획에도 은행 관련 애로사항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지난 4일 반나절 간 원화 입출금이 중단됐고 신규 계좌 등록도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업비트 고객의 입출금 요청이 케이뱅크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최대 트래픽을 초과했다. 올해만 가상자산 관련으로 업비트와 케이뱅크에 크고 작은 오류만 다섯 번째다. 이때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탓, 케이뱅크는 업비트 탓을 해왔다.

국내 거래소 점유율 80% 정도를 차지하는 업비트와 거래하는 어느 은행이라도 이 같은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 시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같은 업무를 처리해서 일어나는 오류다 보니 서버를 확장해도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케이뱅크가 아닌 시중은행은 앱이 무거워 오류 날 가능성은 더 높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지난해 6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연동을 시작으로 올해 6월에 재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른 거래소들이 6개월 간격으로 재계약하는 것과 달리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연단위'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에 맞춰 업비트가 케이뱅크가 아닌 다른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써는 케이뱅크와 함께 다른 은행을 추가로 연동하는 '투 트랙' 방식에 무게를 둔다. 두 개의 은행과 거래하게 되면 고객이 분산돼 상장이나 코인 가격 급등락 시에 한 곳으로 서버가 집중 포화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서는 거래소는 하나의 은행과 연동하는 '1거래소-1은행' 공식이 불문율처럼 존재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당국의 권고 사항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만 거래하고 있다.

뉴스핌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대표. (사진=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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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대비 높은 위험성 등을 이유로 거래소에 계좌 내주기를 꺼린다. 이 같은 고질적인 은행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비트 모회사인 두나무가 장기적으로 지방은행 인수까지 염두 해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두나무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에 참여해 1%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가상자산업권법이 생기고 제도권 산업으로 정식 진입하면 기업 규모는 작으면서 은행업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지방은행을 대상으로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 지방은행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두나무가 지분을 투자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를 공동 투자자로 유치하는 방안을 쓴다면 가능하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지방은행을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최대 34%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으로 전환 인수할 경우 업비트에 대한 고객들의 접근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만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으로 벌금형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과 향후 인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가상자산업계 A관계자는 "당국의 견제에 이번에 두나무가 우리금융 지분 입찰에 최고가로 써냈지만 최소 수량 밖에 받지 못한 것을 미뤄보아 은행 인수까지 넘을 산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B관계자는 "한국이 현재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 과정이 가장 빠른 나라에 속하는 만큼 두나무의 지방은행 인수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며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은행의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가상자산사업자들도 이 경쟁판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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