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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발언이 자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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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말에는 맥락 있어, 朴 진짜로 존경한단 뜻 아냐" 해명

"'대장동 특검', '조국 사과' 진짜인 줄 알더라" 패러디 줄이어

전문가 "가벼운 언행 리스크 될 것…스스로 진정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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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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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최근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써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했다. 진짜로 존경해서 한 말은 아니라는 취지인데, 온라인상에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등 이 후보 발언을 비꼬는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후보가 중도층 표심을 노리고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언급하며 경제 성과를 호평하는 등 외연 확장에 힘쓰는 움직임을 적잖이 보여왔다.

발언이 화제가 되자, 이 후보는 며칠 뒤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말이라는 것은 맥락이 있는데 맥락을 무시한 것이 진짜 문제"라며 "'표 얻으려고 존경하는 척하는 것 아니냐'는데 전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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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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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온라인상에선 이 후보 발언을 비꼬는 패러디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대장동 특검받겠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조국 사태 사과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등 이 후보가 공언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이 후보를 발언을 두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분노를 나타낸 누리꾼도 있었다. 정치인의 말은 사소한 것이라도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 이 후보는 가벼운 농담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통령 후보의 특정 발언은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이 후보 지지율은 '보수 표밭'이라 일컬어지는 대구·경북(TK)에서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1월30일~12월2일)에서 이 후보의 TK 지지율은 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조사(9%)에 비해 19%포인트 오른 수치다.

물론 이 여론조사는 이 후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 실시됐지만, 그간 이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우호 발언을 내놓은 것이 영향을 끼쳤으리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의 해명대로 맥락을 따져 보면, 즉 그간 이 후보의 행보에 비춰보면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을 두고 표심 공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게 터무니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부연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적극 해명함으로써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은 이 후보를 겨냥해 "사기꾼 같은 이중언어를 쓴다"고 비난했다.

원 본부장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공약도 마찬가지"라며 "모두 '국민의 반대가 높으면 안 하겠지만 (이 후보는)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하겠다는 건지 않겠다는 건지 이중언어를 쓰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언어는 이중언어를 쓰면 안 된다. 변신할 때는 그 근거에 대해 국민에게 진정한 반성과 해명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이 후보의 가벼운 언행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인은 장난으로 말한 건데 사람들이 오해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 진지한 건지, 얘기한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말의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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