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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성윤 측근 PC서 찾은 '공소장 파일', 5개월 뭉갠 한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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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지난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조사하면서 이 고검장 측근 검사들 PC에서 핵심 단서인 공소장 편집본 워드(word) 파일을 발견한 사실을 법무부 보고에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관련 내용이 중간 보고서에 빠진 경위를 대검 감찰부에 물었고, 대검 감찰부는 “한동수 감찰부장 지시로 중간보고에서 빠졌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검 감찰부는 9일 “이성윤 고검장의 핵심 측근인 A 검사장과 B 검사 PC에서 ‘공소장 편집본 워드 파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한동수 감찰부장 지시로 법무부에 대한 중간보고에서 빠졌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한동수 부장은 A 검사장과 B 검사 관련 부분을 중간보고에서 빼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A 검사장과 B 검사도 조사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검사장이 작성했던 공소장 편집본이 외부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대검 감찰부가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절차에 따라 진상조사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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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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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관련 진상조사에 착수한 지 2달여 만인 지난 7월 법무부에 중간보고 성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 안엔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고검장을 기소한 지난 5월 12일부터 공소사실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5월 13일 오후 5시쯤까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접속해 해당 공소장을 열람한 검찰 관계자 22명을 디지털 포렌식 대상자로 적시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물론 지휘라인에 있던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고,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핵심 참모 중 한 명이었던 A 검사장과 과거 이 고검장 휘하에 있던 B 검사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는 A 검사장과 B 검사 PC에서 사진 파일 형태의 유출본과 같은 공소사실 편집본 워드 파일을 발견했지만, 보고서엔 포함하지 않았다. 해당 워드 파일은 5월 13일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유포된 공소장 편집본 사진 파일의 원본으로, 유포 경로 등을 추적할 수 있는 핵심 단서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는 A 검사장과 B 검사를 시작으로 유포 경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거나 정식 감찰로 전환하지 않았다. 법무부에는 ‘계속 알아보겠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와중에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렵겠다’는 취지의 중간 결론을 보고했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는 전날에도 중앙일보에 공수처의 수사 착수로 감찰을 일시 중단한 것이지 감찰을 종결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검 감찰부의 잣대가 늘 같은 건 아니었다. 공수처 수사 착수 이후에도 자체 진상조사를 계속하면서 나중에 관련 자료를 넘긴 적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 9월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공수처가 같은 달 10일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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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는 지난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로 더는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를 법무부에 올린 뒤 조사를 일시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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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대검 감찰부는 조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 와중에 진상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고발 사주’ 의혹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0월 말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영장이나 당사자 참관 없이 포렌식하고 일주일 뒤 공수처 압수수색 때 넘겨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하청 감찰’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공수처가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한 적은 아직 없다.

대검 감찰부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가 지난 9월 15일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을 때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대검 진상조사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이후 조사를 마무리한 뒤에야 관련 자료를 중앙지검 수사팀에 송부했다. 진상조사 당시 대검 감찰부에 파견됐던 대검 공공수사부·반부패강력부 소속 검찰연구관 2명을 업무 인수·인계 목적으로 수사팀에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친여(親與) 성향의 한동수 부장이 같은 성향의 이성윤 고검장 측근 인사 연루 사실을 포착하곤 일부러 덮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진상 확인을 요청했고, 대검 감찰부는 “한 부장이 일부러 누락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으며 계속 조사 중”이라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대검 감찰부가 법무부의 감찰을 받는다고 보도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보고 누락 경위 등을 확인한 것일 뿐 감찰이나 진상조사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워드 파일의 작성자와 유출자가 다를 수 있지만, 최초 작성자로부터 추적하는 게 수사의 기본 아니냐”며 “핵심 내용이 왜 법무부에 보고되지 않고 5개월여를 뭉갰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최근 공수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수원지검 이성윤 수사팀은 이날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 자료와 중간보고서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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