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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자기장서 평평띠 새 양자기하학적 원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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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 파동함수 기하학적 구조를 탐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헤럴드경제

임준원 아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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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아주대·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자기장 내 평평띠 전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새 분석법을 발견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양자기하학 원리로 작동하는 신물질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임준원 아주대 교수(물리학과)는 그동안 자기장에 반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던 평평띠 전자들이 전자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틈 교차 베리 연결(cross-gap Berry connection)’이라는 파동함수의 기학학적 특성에 주목해 평평띠(flat band) 거동의 또 다른 방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분석법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1월 5일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고립된 평평띠의 독특한 란다우 준위의 기하학적 특성 짓기(Geometric characterization of anomalous Landau levels of isolated flat bands)’이다. 이번 연구에는 제1저자로 황윤석 서울대 박사과정 학생이, 교신저자로 임준원 아주대 교수(물리학과)와 양범정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평평띠의 란다우 준위(Landau level)가 자기장의 세기에 비례하며 그 크기가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의 한 종류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의해서 결정됨을 증명해냈다. 기존 '평평띠의 전자들은 무한히 큰 유효질량을 가지고 있어 자기장에 반응하기 어렵다'라는 통념을 깨고 전자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자기장과 반응하여 거동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평평띠는 고체 물질의 독특한 띠 구조들 중 하나로, 모든 전자들의 에너지가 한 값을 가지며 유효질량이 무한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평평띠에서는 초전도 현상 및 자성과 같은 고체의 여러 흥미로운 현상들이 쉽게 발현될 것으로 예측되었고 이에 학계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뒤틀린 이중층 그래핀에서 평평띠가 발견되면서 최근 주목받는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평평띠는 고체물리학계에서 전통적으로 연구되어온 띠 구조와 매우 상이해 기존의 고체물리 원리들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장 하에서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수십 년간 자기장에서 고체 내 전자들의 거동은 온사거(Onsager)의 준고전적 운동방정식을 통해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 이론은 무한한 질량을 지닌 평평띠에는 적용할 수 없으며, 특히 띠틈에 생성되는 평평띠의 란다우 준위 역시 설명하지 못한다.

공동 연구팀은 평평띠의 전자 파동함수가 가지는 양자역학적 궤도 각운동량이 자기장과 결합하여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음에 주목하여 란다우 준위를 설명하고, 궤도 각운동량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물리량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의해 표현됨은 보임으로써 평평띠 란다우 준위의 양자 기하학적 원리를 규명하였다.

물리학계에서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특성’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로 연구되어 왔다. 지난 2016년에는 이 분야를 연구한 물리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파동함수의 또 다른 기하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양인 ‘틈교차 베리 연결’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임준원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틈교차 베리 연결 또한 고체의 물리적 특성에 큰 영향을 끼침을 평평띠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특히 모든 종류의 고립된 평평띠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에 새로운 고체물리의 기하학적 원리를 규명해낸 셈이 된다.

임준원 교수는 “고체물리학에서 파동함수의 위상학적 구조는 이미 그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연구도 이루어져 왔으나 기하학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다룬 틈교차 베리 연결이나 양자 메트릭과 같은 다른 기하학적 개념들이 고체물리학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분석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제안한 새로운 양자 기하학적 고체물리 원리를 시발점으로 하여, 고체 파동함수의 기하학적 구조와 물성에 관한 많은 후속 연구들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양자기하학 원리로 작동되는 신물질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주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 기초과학연구원, 그리고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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