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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추가 금리인상 군불때기?…한은 "소비 회복, 공급난에 인플레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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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용복 동향분석팀장, 박종석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봉관수 정책협력팀장. [사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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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향후 국내외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하며 소비가 확대되고, 국제 공급망 병목에 따른 생산 차질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한은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모양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민간소비 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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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서비스 신용카드 승인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은은 9일 의결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민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방역 당국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숙박·음식, 운수·창고, 예술·스포츠·여가 등의 대면 업종의 회복세가 본격화하면서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의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지난달 20일 기준 대면 서비스 업종 신용카드 승인액은 0.08% 상승했다. 지난 7월 중순(-30.05%) 곤두박질친 뒤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수준까지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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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비 가계 흑자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게다가 가계의 소비 여력은 충분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강화로 이동이 제한된 데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저축이 많이 늘어나서다. 분기별 가계흑자율(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의 비율)도 지난 2분기(-1.0%포인트)를 제외하고 지난해 1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모두 2019년 같은 분기보다 높았다.

이처럼 가계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코로나19 기간에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분출(펜트업·pent-up)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전망이다.



길어지는 공급망 병목…글로벌 인플레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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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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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것도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해외 무역의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의 특성상 다른 나라의 물가 흐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를 기록해 1990년 12월(6.3%)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 지역의 소비자물가도 4.1%로, 2008년 7월(4.1%)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이유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 있다. 각국의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며 소비가 회복되고 있지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기업의 생산원가를 끌어올린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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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제는 이 같은 국제적인 물가 상승세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은은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는 주요국 경제의 수요와 비용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 공급 병목 해소 지연 등의 다양한 원인을 종합해 볼 때,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초 기준금리 인상?…“오미크론 불확실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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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국내외 경제 회복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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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계속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한은이 내년 초 물가상승 압력을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연 1.0%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2.1%에서 2.3%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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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오미크론 변이 등장과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가 국내외 경제 회복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인한 방역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 구매력 저하 등이 경기 회복의 하방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회복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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