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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잡으면 스멀스멀 형상들이 기어나와" 김종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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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종원 작품 風神詠歌(왼쪽), 곡신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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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부적'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김종원 개인전 '문명대전환기 언어풍경 I'의 첫인상이다. 검은 한지 바탕에 붉은 주사로 그린 그림 '신화-통영신명'은 태극과 뱀, 물고기, 도깨비 같은 형상들로 가득찬 우주를 담았다. 갑골문자를 닮은듯 하지만 글자는 아닌, 강렬한 문양이 한가득이다.

김종원 작가는 현대 회화의 원형을 글씨에서 찾는다. 텍스트(글자)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는 서화동체(書畵同體)를 추구하는 작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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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작가 (경남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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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그저 붓을 잡으면 스멀스멀 형상들이 기어나와 그대로 화면에 옮기게 된다"면서 "샤먼이나 귀신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농담같은 말을 던졌다. 실제 글자의 기원이 되는 갑골문자는 천지신명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기에 조형에도 주술과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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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작품 神話-通靈神明天地水火(왼쪽), 谷神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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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을 연마하고 서예가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10여년 전부터 글씨보다는 그림에 전념하면서 현대미술 작가로 자연스레 변신했다. 수천년 쌓아온 전통문화의 정수를 품은 그의 작품들은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가 지난 7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한 '불가리 컬러'전에서도 차별화된 존재감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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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작품 神話-通靈神明 澤風山雷(왼쪽), 신화-통영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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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문자 만큼 건축적 구도가 탄탄한 형상도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5000여년 전부터 자연 현상이나 역사적 사실을 고스란히 담은 고대문자가 존재했다"며 "이 문자가 문학과 음악, 건축을 종합적으로 다 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한국문자문명연구회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2019년부터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을 맡아 미술행정가로서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인간 사유의 결과가 형상으로 남겨진 것이 바로 문자이고, 이 형상에 음, 의미, 소리가 동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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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春夜聽雨夢想顚倒, 175X43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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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가운데 놓인 2011년 작품인 병풍 '春夜聽雨夢想顚倒(춘야청우 몽상전도)'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양쪽에 서명이 엇갈리게 뒤집힌 상태라 실제로 위아래가 전도된 모습이다. 벽에 걸린 그림들의 원형이면서 전시 전체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는 "서(書)와 미술의 100년 결별 역사는 김종원의 일필로 여지없이 깨진다"면서 "일거에 서화 동체의 원점으로 되돌려지면서 하나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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