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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동산 중개인이 치마를 안 입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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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 - 여성 자영업자 폭력 보고서 ⑧ 마지막회] 그 여자들의 슬픈 자구책

단순 업무방해, 주취폭력이 아니다. 이것은 젠더폭력이다. 여성 자영업자 102명을 만났다. 여성 자영업자 대상 범죄 판결문 287건을 집중 분석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열린 문'의 공포였다. 가게의 문은 가해자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 가해자가 마음먹으면 언제고 그 문을 열고 침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도 법도, 열린 문을 막아설 안전장치가 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여성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젠더폭력 실태를 최초로 분석·보도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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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자구책으로 열린 문을 닫아야 하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모른척할 것인가. ⓒ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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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는 절대 안 입어요. 집 보여줄 때 층계 올라가면 다 보이니까요. 항상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요."

짙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는 60세 여성 부동산 중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까지 만났던 같은 직군 여성들의 복장을 되짚어 봤다.

<오마이뉴스>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젠더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망원동 지역 여성 자영업자 102명을 대상으로 대면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여성 부동산 중개인은 8명.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바지차림이었다.

반바지를 입고 있던 또 다른 중개인은 "지금이야 나이 들어서 그나마 좀 편해졌다, 그래서 반바지도 입는다"며 "정말 웬만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치마는 안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집 보러 갈 때 손님보다 계단을 먼저 올라가면 엉덩이가 보이잖아요. 그러면 엉덩이가 동그랗다느니 애는 몇 명을 낳았냐느니... 그래서 전 손님 먼저 올려보내요. 한 번은 진짜 불쾌했던 적이 있는데 손님으로 온 남자가 계속 제가 앉아 있는 곳 옆에 서서 제 팔에 성기가 닿게 하는 거예요. 앉아 계시라고 계속 안내를 해도 계속 서서 그러더라고요. 정색하고 무안을 주면 길거리에서 만나서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마침 전화가 와서 자리를 피해버렸죠. 그 뒤로도 2번이나 더 왔어요. 그 이후로는 계속 제가 서서 응대했어요."

여성 공인중개사들에게 스스로의 복장을 단속하는 정도의 대비는 '기본값'이었다. 남성 손님과 둘이 집을 보러 갈 때, 집이 공실일 때, 남자만 있는 집을 혼자 확인하러 가야할 때, 그들은 경계 수위를 높인다.

"빈 집에 들어갈 때, 남성과 단둘이 있을 때는 항상 조심하죠. 내가 먼저 들어가지 않고 먼저 들어가라고 안내하고요." (A 부동산 중개인)

"기본적으로 집 볼 때 문을 열어두고 봐요. 혼자 있을 때 집을 보러 가게 되면 저는 집에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얘기 나누고 그랬죠. 남자 손님이 집을 내놔서 사진을 찍을 일이 있으면 직접 가지 않고 찍어서 올려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B 부동산 중개인)

"혼자 영업하는 여자로서 남자 손님을 안내하는 건 참 두렵죠. 어떤 손님이 커다란 골프백을 이고 집을 보러 간다기에, 도망칠 수 있는 거리에서 쫓아다니면서 서둘러 구경시켜준 기억도 있어요." (C 부동산 중개인)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그러잖아요. 저 혼자 집을 보러 가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내부를 봐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집에 술 먹고 있는 남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무섭죠. 직접 가보지 않는 이상 그 상황을 모르잖아요. 그럴 때는 신발 안 벗고 거실만 찍고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빨리 나와요." (D 부동산 중개인)

자신의 업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동시에, 손님과 동행해 집을 둘러보는 일도 함께 하는 부동산중개업 특성상 그들에게 '닫힌 문'은 범죄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했다. 때문에 문을 열어 두거나 도망쳐야 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망원동의 다른 여성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어떨까. 가게의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누군가를 맞이해야 하는 그들은 위협과 공포, 두려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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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자영업자 폭력보고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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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오후 10시까지 영업했는데 저녁에 나이 있는 분들이 술 취한 채로 많이 오시더라고요. 그거 때문에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줄였어요." (A 카페)

"술 취한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솔직히 좀 무서워요. 그래서 처음엔 오후 10시까지 열어뒀는데 이제는 오후 7시까지만 해요." (B 약국)

"한창 일할 때는 새벽까지 야근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오후 8시 정도부터 문을 잠그고 있어요." (C 공방)

"혼자 오는 남자 손님은 안 받아요." (D 네일숍)

그들은 '열린 문'을 닫는 방식을 택했다. 응답자 중 1/3 정도(31곳, 30.4%)의 여성 자영업자들이 안전 문제로 인해 '영업시간 단축'을 택했다고 답했다. 문이 열려있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102명의 여성 자영업자들 가운데 45명이 '남자 손님 혹은 손님 외 남성(부랑자·종업원·스토커·건물주 등)'의 위협에 대비한 자신만의 자구책을 언급했다. 전체 답변 중 '영업시간 단축' 외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특정 손님을 거부한다'였다. 전체 답변수 62건(중복응답 포함) 중 13건(21%)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성 자영업자들은 "혼자 방문하는 남성은 받지 않는다" 혹은 "다음부터 오지 말라고 말한다", "취객은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 다음이 '저녁 시간에 가게 문을 잠그고 있는다'로 11건(17.7%), '옆 가게 사장님 등 다른 남성의 도움을 받는다'가 8건(13%), '돈을 달라거나 물건을 팔아달라는 요구를 들어준다'가 6건(9.7%), '무서워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가 6건(9.7%), '가게 밖으로 나간다'가 6건(9.7%) 순이었다.

이 밖에 '도망갈 수 있게 대비를 한다'가 4건, '사장님이 없다고 말한다'가 3건, '경찰에 신고하는 척 한다'가 2건이었다. '눈을 안 마주친다', '호신용품을 구비한다', '손에 전화기를 들고 있는다'가 각각 1건이었다.

여성 자영업자들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을 줄이(영업시간 단축)거나, 열린 문으로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거부하거나, 열린 문을 잠그는 방안을 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매출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요소들이다.

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술이 과하게 취한 사람이 오면 (못 들어오게) 문을 잠근다"며 "술 한 잔 더 판다고 부자 안 된다"고 말했다.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안전을 택한다는 것이다.

여성 1인 자영업자의 범죄 노출에 대한 보고서 '여자 혼자 장사하기'(한국여성학, 2018)는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들은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것을 지양하거나 손님을 가려 받는 등의 '노출' 차단 전략을 취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범죄 두려움이 여성들의 수익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으로, 자영업주의 시장 경쟁이 결코 성평등한 조건 속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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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자영업자 폭력보고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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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단독 사업체의 경우 CCTV 설치 등 '물리적 장치를 이용한 보호 조치'보다는 '스스로 범죄 유발 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주의나 경계를 하는 조치'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영업자 대상 범죄를 분석한 '상업범죄 피해조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6) 보고서는 "성폭력 두려움이 높았던 여성단독 사업체에서 CCTV 설치율(평균 1.11개, 여성 단독 사업체가 아닌 경우 1.85개)이 낮았는데, 이들 사업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하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여성 단독 사업주의 사업체는 주의 및 경계조치가 1.46개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그렇지 않은 업체 평균 1.35개보다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망원동 여성자영업자 사업장 102곳 중 70곳(68.6%)이 1인 자영업자였는데 이 중 CCTV를 설치한 곳은 21곳(30%)에 그쳤다. 동업을 하거나 고용인을 둔 사업장 32곳 가운데 CCTV를 설치한 곳은 16곳(50%)이었다. 1인 여성 자영업자의 CCTV 설치 비율이 20%P 낮은 것이다.

'여자 혼자 장사하기'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그간 자영업자에 대한 관심에서 젠더나 범죄피해는 충분히 고려되어오지 못했다. 여성들은 영세한 매출, 경쟁 과열 등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성적 지배와 통제의 대상 혹은 감정 노동을 요구받는 상황을 감수하며 생존을 위한 노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진상을 적절히 다루고 응대하는 것은 노동의 일부였다. 성적 피해의 감수가 노동의 일부가 된 여성들의 현실, 왜 하필 여성들에게 (영업시간 연장, 술 판매 등의) 영업이익 추구는 '욕심'이 되었는지는 불평등한 젠더 체계에 대한 비판 없이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여자 혼자 장사하기> 99p, 한국여성학, 2018)

허민숙 국회 입법조차서 조사관은 "단순히, 업장에 와서 행패 부리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경제적 활동에 대한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를 국가가 방관하고 있으며 결국 '국가가 초래한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젠더 불평등 차원에서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절박한 생계 활동을 장악하려는 나쁜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 단순 경범죄로 과태료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생존'에 관련된 문제로 담론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프집 사장님의 매일 쓰는 기도 "오늘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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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자영업자 폭력보고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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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자구책으로 열린 문을 닫아야만 하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모른 척 할 것인가.

10년 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금자(가명, 58세)씨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고 했다. 손님들끼리 싸우는 일도 있었고, 괜히 테이블을 엎는 손님도 있었다. 사장님을 때리려고 했던 손님도 있었다. 그의 자구책은 "매일 기도하듯 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10년째 이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우리 가게 오신 분들 행복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부자 되게 해주세요'. 유달리 힘들게 한 손님이 왔다간 날에는 이런 일기도 써요. 오늘 저를 속상하게 한 그 손님의 마음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나쁘게 안 굴었으면 좋겠어서요. 진짜 못 견디게 하는 손님이 다녀간 날에는 '죄송합니다. 그 손님은 우리 집에 안 오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일기를 써요. 괜히 저한테 미움받을 필요 없잖아요. 저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 집 안 오셨으면 좋겠다고 쓰는 거예요."

두 아들이 그의 등을 보고 크기에 그는 "눈물이 많아 몰래 울면서도, 강건하게 나를 지키기 위해 웃는 낯으로" 매일같이 가게 문을 열고,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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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권우성 / 제작 : 이종호 / 개발 : 황장연
취재 : 이주연·이정환·홍하늘


독립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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