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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재택치료’하는 홈리스···환자 치료도 이동 제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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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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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숙인이 8일 서울역 광장에 한 구석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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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이 아무런 치료도, 이동 제한도 없이 열흘 가까이 거리에 방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노숙인은 지하철역 화장실을 수시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경증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받도록 했는데, ‘집이 없는’ 노숙인은 재택치료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김장수씨(가명)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에도 아흐레째 거리에서 ‘재택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김씨에게는 코로나19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제한도 없었다.

김씨는 무료급식소 등 노숙인 지원시설을 이용할 때 보여줘야 하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받기 위해 평소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PCR 진단 검사를 받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서울역 주변에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발적으로 2~3일에 한 번씩 진단 검사를 받던 중 지난 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3일 홈리스행동과의 인터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병원은 다 차서 들어가질 못한다. 일단 될 수 있으면 한 곳에 있으라’고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서울시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가 임시 대기 장소인 컨테이너 박스를 안내했지만 이번에는 김씨가 “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이라며 거부했다.

재택치료 지침은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사는 확진자’를 재택치료 예외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임시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감염 노숙인들은 거주지도 불안해 어디론가 안정되게 배정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코로나19 급증으로 병상 대기 순서에서 밀렸다”며 “노숙인 중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정신과병동에 준비된 병실로 후송하도록 하고, 기저질환이 없는 분들은 생활치료센터 중심으로 우선 배정하도록 시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김씨의 건강을 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재택치료자는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2번씩 건강 상태를 살피도록 돼 있지만 핸드폰과 같은 통신 수단이 없는 김씨는 증상이 갑작스레 악화돼도 누군가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쳐서인지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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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오른쪽)이 8일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앞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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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식사와 화장실이다. 식사는 음성확인서가 필요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 힘들어져 종교단체에서 나눠주는 음식을 멀찍이 떨어져서 받는 것으로 해결한다. 화장실을 안 갈 수는 없어서 서울역 화장실을 이용한다. 김씨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를 하면서 이용한다. 코로나19 추가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방치된 노숙인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일 또 다른 노숙인 김모씨(75)는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에 식권을 받기 위해 갔다가 식사를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급식소 직원들이 매일 받는 노숙인들 확진자 명단에 김씨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급식소 직원들도 현황만 파악할 뿐 김씨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시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가 임시 대기장소로 운영하는 컨테이너에서도 확진자의 이동 제한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역 컨테이너에서 임시 대기 중인 노숙인 2명은 지난 7일 기자에게 “확진자가 1명 더 있다. 컨테이너 안에 있었는데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외부 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냐’고 묻자 “그냥 잠깐 나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인 확진자는 재택치료가 어려워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원칙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송 전 컨테이너는 재택치료 공간이 아니고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위한 임시 공간”이라며 “노숙인 확진자에게 강제력을 발동해 이동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실랑이로 신체 접촉이 길어지면 감염 우려가 있어서 통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코로나19 재택치료 방침 자체가 주거가 취약한 노숙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조치였다”며 “병상 확보와 생활치료센터 추가는 즉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 하더라도 홈리스 확진자의 경우에는 속히 임시생활시설을 설치해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유선희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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