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탈진보'에도 이-윤 선택 못한 2030... 그들은 A 아니면 B가 아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30세대, 지난 대선보다 인구 감소
'지지 후보 결정 유보' 많아 파괴력
'탈진보'에도 '이재명 ·윤석열 ' 지지는 박빙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일 대학가를 찾아 청년 간담회를 열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남겨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 핵심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 얘기다.

청년 표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향해 있지 않다. 2017년 대선에서 20대와 30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각 47.6%, 56.9%(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의 표를 몰아줬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지만, 대안을 찾아 정착하지도 못한 것이 현재 2030세대의 상황인 셈이다. 요즘 2030세대 표심의 특이점을 분석해 봤다.

인구 줄었지만... 핵심 '스윙보터'로 키 쥔 2030


8일 한국일보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18~39세 청년 인구는 1,439만5,897명이었다. 지난 대선 직전인 2017년 5월보다 50만 명 넘게 줄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지난해 총선부터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내려갔지만, 출생 인구 자체가 적다. 전체 투표 가능 인구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전 35.1%에서 32.6%로 줄었다.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마친 후 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것은 '미개척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1월 30일~12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2030세대의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율은 모두 20~30%대로, 오차범위 안에 맞붙어 있다. '기타 후보를 지지한다' 혹은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답한 부동층은 20대에선 36%, 30대는 30%였다. 40대 이상에선 부동층이 12%에 불과했다.

①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 중이고 ②40대 이상은 대체로 지지 후보를 정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2030세대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는 쪽이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2030세대의 표심이 가변적이라는 것도 변수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 4곳의 전국지표조사(NBS·11월 29일~12월 1일 실시)에 따르면,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66%, 30대는 61%에 달했다. 반면 40대 이상에선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는 진보다' 20대, 2017년 42%→2021년 23%


2030세대가 부동층 집단이 된 건 문재인 정부 내내 탈진보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주관적 정치적 성향' 조사를 6개월 단위로 분석해 보자. 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상반기 조사에서 스스로를 '정치적 진보'라고 꼽은 20대는 41.7%, 30대는 46.2%였다. 올해 하반기(7~11월) 같은 조사에선 20대의 22.6%, 30대의 25.4%만이 스스로를 진보로 규정했다.

2030세대의 탈진보가 두드러지게 시작된 건 2018년 하반기였다. 특히 30대의 진보 이탈이 확연했다. '내 집' 마련을 꿈꿀 시기이지만, 서울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등 규제 강화에 가로막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성이 주도한 '혜화역 시위'가 수차례 열리며 젠더 갈등이 본격화한 것도 이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페미니즘 정부라고 인식하는 20대 남성은 젠더 이슈가 부각될수록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일보

시각물_2017~2021년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비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 때도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자칭 진보'가 1.1%포인트씩 줄었다. 20대에서 '자칭 진보' 비중이 커진 것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해 상반기가 유일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한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대장동 게이트까지 연달아 터진 이후로는 '탈진보 러시'가 발생했다. 올해 하반기 '자칭 진보' 성향은 20대에서 3.8%포인트, 30대에서 4.7%포인트씩 급락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았다는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이렇게 말한다. "조국 사건이 상징하는 현 정부의 내로남불과 부동산 가격 폭등을 보면서 민주당을 뽑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를 보면서 현 정권은 청년들의 니즈(욕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 싫으면 국민의힘?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2030세대가 윤 후보 지지로 확 돌아선 것도 아니다. 'A 아니면 B'라는 진영 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실용주의적인 경향을 보여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청년 세대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가 기성 세대에 비해 훨씬 약하다"며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2030세대가 대선과 관련해 관심을 두는 건 '인물'이 아닌 '정책'이다. 한겨레·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달 25, 26일 실시한 조사를 보면, 20대는 대선 투표 결정 요인 1순위로 정책·공약(33.8%)을 꼽았다. 30대에서도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40대 이상에선 '국정 수행 능력'과 같은 대선후보 개인의 능력을 우선 고려 대상으로 꼽았고, 정책을 보겠다는 응답은 20%를 밑돌았다.

특정 성별 겨냥했다간 다른 성별 잃는 구도


다만 섣부른 청년 공략은 '양날의 검'과 같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는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이 확연하게 갈린다. 지난달 한국갤럽 조사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꼽은 20대 중 남성은 36%였고, 여성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자칭 진보' 20대 사이에선 남성이 15%, 여성이 30%였다. 다른 연령대에선 성별에 따른 이념 성향 차이가 대체로 5%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후보들은 특정 성별을 겨냥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궁극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경제성장, 부동산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청년, 특히 20대 여성을 끌어오기 위한 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NBS, 케이스탯리서치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최재원 인턴기자 cjwon5469@naver.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