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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잠복기 최대 14일인데…재택치료 가족 격리 10→7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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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시민이 보건소에서 전달한 재택치료용 건강관리 세트를 수령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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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0명 넘게 쏟아지면서 위중증 환자·사망자도 따라 증가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계에 처한 의료현장에선 “당장 확진자 규모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재택치료 개선 방안만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엉뚱한 데서 답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의 80%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로 병상을 지속 확충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잡기에는 힘겨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이날 의료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재택치료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 무증상·경증 재택치료자의 의료기관 모니터링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한다. 재택치료자 가족의 격리 기간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한다. 다만 공동 격리 6~7일 차에 PCR 검사상 ‘음성’이 확인돼야 한다. 무증상·경증 환자의 경우 일주일 뒤 감염력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잠복기가 최대 14일인 만큼 이른 격리해제에 따른 지역사회 내 전파 우려도 나온다.

격리기간 줄여 지역사회 내 전파 우려

또 공동 격리기간 중에라도 진료나 처방 약 수령 등에 한해 가족의 외출을 허용한다.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을 동네 의원급으로 넓히고, 내년 초부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재택치료자에게도 처방한다. 재택치료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4인 가구(기존 90만4920만원) 기준 46만원의 추가 생활비도 지원한다.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다.

의료현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진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재택치료도 물론 중요할 수 있는데 그건 발등의 불이 아니다”며 “재택치료한다고 중증 환자가 안 생기나. (초기 치료·이송이 늦어져) 오히려 더 많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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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택치료 개선방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2~8일) 일평균 확진자는 5279명이다. 전주보다 무려 36.3%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위중증 환자다. 통상 확진자가 늘면 사망자가 함께 따라 늘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직후 위중증 환자는 332명이었다. 신규 확진자 2000명대일 때다. 현재 위중증 환자는 840명에 달한다. 한 달여 만에 2배 이상 뛴 것이다.

일평균 확진자 규모가 6000~7000명으로 늘어나면 위중증 환자 수는 더 악화된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질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은 사실상 동났다. 가동률 84.5%(7일 오후 5시 기준)다. 의료현장에선 지금도 “상태가 악화할 대로 악화해 중환자실로 온다”고 토로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중환자가 문제이지 (재택치료 대상인) 경증 환자가 아니다”며 “중증 환자가 늘어 병상이 꽉 차니, (중환자로 입원해야 할 환자들이) 대기하고 사망하는 건데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치료는 대상자가 2만 명(8일 0시 기준 1만7362명)에 육박하면서 우려했던 가족 간 연쇄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족·이웃 간 공유하는 공간이 많은 공동주택에 사는 이가 많다 보니 감염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거 가족의 릴레이 감염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사실상 정부가 가족 감염을 방치하는 것이란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만 걸렸었는데 제가 옮았어요. 증상이 없어 끝났구나 했는데 격리해제 전 검사에서 제가 양성이 나왔어요.”

코로나19 환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6일 올라온 글이다. 이 확진자는 “마스크를 끼고 페이스 실드(안면 보호 마스크) 하고 엄청 조심했는데도 안 됐다”며 “다시 10일을 버텨야 한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임신부 확진자인 A씨는 “4일 12시면 격리해제였는데 음성이었던 친정 엄마랑 첫째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확진자가 집에 있으면 옮을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처음부터 얼른 병원에 이송시켜 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나 때문인 것 같아 속상하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다. 또 다른 확진자는 “가족끼리 릴레이 감염되고 결국 다 확진돼야 끝난다”며 “자가격리하다 재택치료하고 격리해제 날 음성 가족이 추가 확진돼 또 재택치료에 들어가 20일째 감금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재택치료 센터를 운영했더니 가족감염은 1%(298명 중 3명)라고 밝힌 바 있지만 처한 환경에 따라 온 가족 감염을 사실상 감수해야 할 처지다.

노원구선 환자 가족에 안심숙소 제공

정부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는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재택치료 과정에서 동거인 감염 위험 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킴으로써 감염의 위험을 최소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하듯 집에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하게 해 가족이 다 걸려야 끝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확진자는 물론 자칫 중증 환자까지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희망하는 가족에게는 머물 숙소라도 마련해 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노원구는 재택치료자 가족과 동거인을 위한 안심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김민욱·황수연·이우림·최서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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