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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강도 대출규제·금리 인상에… 주담대 3년9개월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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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금융시장 동향

은행, 대출 판매중단 등 영향

2조4000억 늘어 ‘전월의 절반’

금융권 가계대출 넉달째 감소

기업대출은 9조원 넘게 증가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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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다만 대출 수요가 상호금융 등에 몰리며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확대됐다.

8일 한국은행의 ‘2021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원 늘어났다.

10월 증가액(5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2조2000억원 줄었다. 은행권 대출 증가액은 지난 9월 6조4000억원을 기록한 뒤 10월 5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11월까지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지난 4월 공모주 청약 열기 속에 가계대출이 16조2000억원 폭증한 기저효과로 다음 달인 5월 대출이 1조6000억원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지난 2019년 3월 이후 최저 증가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감소세가 도드라진다. 11월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2조4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달 증가폭인 4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2018년 2월 1조8000억원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저 증가폭이고, 11월만 따지면 2013년 11월 2조8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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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개별 주담대의 경우 주택거래량이 다소 둔화하는 영향, 집단 주담대는 중도금 대출상환분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줄었고, 전세자금대출도 소폭이지만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서 대출 이자가 따라 오른 것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주담대 대출을 중단한 후 다른 은행에서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이에 당국이 규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권에서 연쇄적인 대출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 대출이 줄며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도 지난달 5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 금융권 대출 증가폭은 10월(6조1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어드는 등 7월(15조3000억원)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금융권 전체 대출은 감소세지만, 제2금융권만 놓고 보면 오히려 대출 증가폭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제2금융권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액이 10월(1조원)의 약 3배로 불었고, 특히 새마을금고에서만 1조4600억원이 뛰었다. 지난달 말 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는데, 이 같은 대출 급증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이 중단되자, 급전이 필요한 대출 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호금융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과 달리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세는 이어졌다.

11월 은행권 기업대출은 9조1000억원 증가해 106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11월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박 차장은 “기업대출 증가는 가계대출 감소의 풍선효과라기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금융지원과 일부 업종의 시설자금 수요가 계속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은) 연간 대출 증가율 관리로, 둔화 흐름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엄형준·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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