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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류 논란’ 수능 생명과학Ⅱ 법정공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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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문항’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8일 첫 심문기일 비공개로 진행

평가원 “전문가 자문 받아 판단”

오류 없다는 기존 입장 되풀이

수험생 측 “자문내용 안 밝히고

교사 등 현장 지적 무시는 잘못”

세계일보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수능 생명과학Ⅱ 문항을 둘러싼 첫 법정공방이 열린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수험생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심문이 끝난 뒤 법정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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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문항을 둘러싼 첫 법정 공방이 8일 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이날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란 행정청의 처분을 둘러싼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에 처분의 집행 또는 효력을 임시 정지시키는 절차다.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인데, 행정처분이 집행되면 당사자가 뒤늦게 소송에서 이겨도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지난 2일 수험생들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의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정답 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오는 10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발표에서 생명과학Ⅱ 과목 응시자들의 성적은 다른 응시자들과 달리 본안소송 결과 이후에 통지될 전망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심문에서 평가원은 전문가 자문을 받아 판단했기 때문에 정답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수험생 측은 전문가가 누구인지, 이들이 어떤 자문을 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고 수험생과 교사 등이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맞섰다.

심문이 끝난 뒤 수험생 측 대리인인 김정선 일원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학교 내신에서도 문제에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재시험을 보거나 전원 정답 처리한다”며 “평가원이 문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을 수정하지 않은 건 30년 전에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두 집단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지 3개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문에 따라 계산할 경우 특정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항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총 156건의 이의가 제기됐으며, 종로학원도 “제시문의 모순으로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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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가원이 오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건은 격화됐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수능 문제와 관련해 1014건의 이의신청을 접수했고,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며 그대로 정답을 확정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서는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수능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법정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도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가 소송으로 이어졌다. 당시에도 평가원은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았고 1심은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수험생들은 항소했고 1년 뒤 ‘등급 결정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인정한 것은 여섯 번이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을 포함해 2004년, 2008년, 2010년, 2015년, 2017년 수능에서 논란이 벌어진 끝에 복수 또는 전체 정답으로 처리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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