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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1호 육성선수, 장가갑니다” kt 송민섭의 우승반지와 결혼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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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그날 날짜는 잊지도 못합니다. 2013년 9월 23일이었죠.”

본인 표현을 그대로 빌려 ‘인간승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kt 위즈 외야수 송민섭(30)은 8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8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우승반지와 결혼반지를 함께 끼게 됐다”고 웃었다.

2013년 kt의 1호 육성선수로 출발해 2군을 거쳐 1군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낸 송민섭은 이날 구단을 통해 “3년간 만난 신부 이소희(31) 씨와 12일 백년가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송민섭은 “한국시리즈는 이미 막을 내렸는데 아직 올 시즌은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면서 “결혼식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조금 남아서 와이프와 함께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고 있다”고 근황을 말했다.

송민섭의 인간극장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당시 KBO리그 제10구단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kt는 창단과 함께 많은 유망주들을 끌어모았다. 먼저 2013년 6월 17일 개성고 좌완투수 심재민과 천안북일고 우완투수 류희운을 우선지명으로 선발했고, 이어 7월 1일 열린 201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창단 선수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 활약하던 박세웅과 고영표, 문상철, 안승한, 김병희, 심우준, 안중열을 데려왔다.

9월에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다. 단국대에서 뛰던 4학년 외야수 송민섭도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송민섭은 “이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t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아직 학교에서 머물 때였다. 그래서 나를 비롯해 미지명자들이 수원에서 트라이아웃을 치렀다”면서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조금이라도 느슨한 자세를 보이면 여지없이 퇴출 불호령이 떨어졌다. 마지막 희망을 잡기 위해 어떻게든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 8년 전을 회상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안정된 송구로 kt 창단 코칭스태프로부터 눈도장을 받은 송민섭은 그렇게 프로 무대로 입성했다. 그리고 2015년 kt의 1군 진입과 함께 KBO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물론 1군에서의 도약은 쉽지 않았다. 쟁쟁한 선배 외야수들 틈에서 간간히 대수비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2016~2017년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친 뒤 돌아온 2018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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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송민섭은 2019년 부임한 이강철 감독 밑에서 날개를 폈다. 처음으로 100경기가 넘는 105게임을 뛰며 이름값을 높였다. 여전히 대수비나 대주자, 대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와 관계없이 필사적인 몸놀림으로 소위 ‘슈퍼 백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만족스럽게 끝난 2018년. 이듬해에는 평생의 인연도 만났다. 우연한 자리에서였다.

송민섭은 “2019년 1월 한 지인 모임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분을 만났다.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kt 입단 동기이자 친구인 문상철(30)의 여자친구분 지인이었다. 그래서 상철이의 도움을 받아 용기 내 다가갔고,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랑을 싹틔운 송민섭은 “신부를 만난 후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에는 그토록 그리던 경사도 있었다. 바로 kt의 통합우승이다. 올 시즌 122경기를 소화하며 묵묵히 kt 야수진을 지킨 송민섭은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승선했고, 사상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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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섭은 12일 서울의 한 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kt 창단멤버의 결혼식이지만,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들에게 축가나 사회는 부탁하지 않았다.

송민섭은 “한국시리즈까지의 일정을 너무나 힘들게 마친 터라 동료들에게 부탁을 하기가 정말 미안했다.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대신 단국대 동기인 이영준(30·키움 히어로즈)과 친구 한 명이 2부 사회는 봐줄 예정이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트라이아웃에서 합격한 22명의 입단 동기 중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송민섭은 평소 ‘덕아웃 응원단장’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본인이 경기를 뛰지 않을 때도 덕아웃에서 목청껏 소리지르며 동료들에게 응원을 보낸 덕분이다.

송민섭은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만큼 덕아웃 응원단장 대신 그라운드 응원단장이 되고 싶다. 또, 항상 응원해주는 아내에게 더욱 멋진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뛰겠다”고 각오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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