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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환골탈태’ 중고차 시장…신차 출고 지연에 온라인 활성화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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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 씨는 연내 제네시스 GV80 신차를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생각을 바꿨다. 지금 구매해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소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몇 개월 동안 새 차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상태 좋은 중고차를 구입해 곧장 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리가 잘된 중고차는 사실상 새 차와 다를 바 없는 만큼 가격부터 꼼꼼히 비교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레몬마켓’이라고 불릴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고 허위 매물이 많아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제대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호갱’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온라인,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중고차 매매 시장이 투명해진 데다 새 차처럼 대기 기간이 필요 없는 매력 덕분에 중고차 시장이 날개를 달았다. 신차급 중고차의 경우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중고차 시장 성장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달라진 중고차 시장 트렌드와 함께 중고차 잘 사고파는 요령도 소개한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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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만2375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 1~10월 중고차 등록 대수다. 신차 시장보다 당연히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같은 기간 신차 판매 대수(142만8226대)보다 훨씬 큰 수치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이미 신차 대비 중고차 거래 비율이 3배에 달하는 만큼 여전히 중고차 시장 성장 여력이 크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분석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39조원에서 2025년 50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인기 차종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1년을 넘어간다. 신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는 계약 후 출고까지 8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도 일찍 받기가 만만찮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GV80은 6개월, GV70은 5개월 이상 기다려야 겨우 받을 수 있다.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은 출고까지 무려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후문이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1개월, 스포티지도 9개월 이상 대기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신차 받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신차 출고가 늦어지는 것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제때 부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량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해 ‘신차급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국내 중고차 등록 대수 300만대 넘어

대기업 진출하면 시장 파이 커질 듯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고차 매매를 꺼리는 이유는 딜러가 차량 문제점을 숨기고 판매할 수 있다는 불신 탓이다. 중고차 성능과 사고 이력, 금액 관련 정보를 판매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매입 과정에서 자칫 속을 우려가 크다. 중고차를 매매할 때 차량 가치 판단 기준인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부실하게 기록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이 지난해에만 200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온라인 플랫폼을 잇따라 선보여 차량 특성, 가격 등을 투명한 잣대로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케이카는 중고차 매입부터 진단, 관리, 판매, 사후 책임까지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는 직영 중고차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웠다. 허위 매물 염려가 없고 흥정 없는 가격 정찰제를 운영해 고객 신뢰를 높였다. 고객이 PC, 모바일로 24시간, 365일 언제나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 구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3일간 차량을 충분히 체험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3일 환불제’도 도입했다. 단순 변심이라도 환불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수수료도 없다.

중고차 거래도 한결 편리해졌다. 엔카닷컴은 최근 비대면 중고차 구매 서비스 ‘엔카홈서비스’에 ‘엔카페이’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결제, 탁송, 환불이 한 번에 가능해졌다. 엔카페이로 중고차를 구매하면 차량 계약금만 먼저 결제한 상태에서 차량을 받아 7일간 타본 뒤 최종 구매할 수 있다. 케이카는 ‘내차팔기 홈서비스’에 원데이 보장제를 도입했다. 판매를 신청한 당일 차량 평가사가 방문해 견적, 입금, 소유권 이전까지의 과정을 단 하루 안에 처리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은 아직까지 2% 수준에 그치지만 2025년 9%로 커질 전망이다.

수입 중고차 매매도 쉬워졌다. 최근 수입차 업체마다 인증 중고차 매장을 늘리면서 매매 문턱이 낮아진 것이 수입 중고차 시장 활성화에 한몫했다. 인증 중고차는 일정 기한, 주행 거리 이내로 운행한 차량을 판매 업체가 다시 매입해 수리한 뒤 새 고객에게 판매하는 차량을 말한다. 수입차 업체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판매 후에도 일정 기간 차량 수리, 품질 보증 등 신차 못지않은 관리를 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품질, 서비스를 보장받은 중고차를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0곳을 넘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는 올 상반기 1만5000여대 중고차를 판매했다.

향후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현재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9년 중고차 시장 개방을 건의했지만 소관 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기업뿐 아니라 주요 플랫폼 기업이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만큼 일단 중고차 시장을 개방하고 부작용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지면 거래 규모가 늘어나는 등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7호 (2021.12.08~2021.1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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