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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차기 정부에 넘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시장 혼란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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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희망고문한 양도세 완화
오락가락 정책에 불신만 커져
"시장 안정 위해 다주택자 매물 출회 필요"
한국일보

8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고층 건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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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카드를 수면 위로 꺼냈다가 반발 기류에 다시 발을 뺐다. 1주택자의 양도세 완화에 이어 다주택자에게도 퇴로가 열리는 듯했지만 결국 희망고문으로 끝났다. 수개월째 양도세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난색을 표한 뒤 이달 관련 법 개정이 어렵다면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출회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까지 양도세를 완화하는 여당의 방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 내에서 논의된 바가 전혀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주택자의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건드리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준다"는 반대 기류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간만 보고 툭하면 뒤집는 부동산 정책에 수요자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당정은 지난 7월 전세난이 심화되자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1년 만에 폐지했고, 8월엔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을 사실상 철회하기도 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데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시장만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주택자의 물량을 시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다주택자의 손발까지 꽁꽁 묶어 놓는다면 매물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세율 완화는 단순히 양도세만이 아니라 매수, 보유, 매도 전 단계에 걸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주되, 양도세 중과 완화 혜택을 본 다주택자가 다시 집을 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혜택을 받은 다주택자가 일정 기간 안에 다시 집을 사면 지금보다 더 취득세를 중과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주고 시장도 매물 공급이 많아져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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