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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00조원 지원에 추경까지…대선 앞둔 '코로나 극복 방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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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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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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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민심을 붙들기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있다. 100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손실보상 지원책 구상이 경쟁하듯 이어지는 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공론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책이 최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이슈 싸움에서 밀리면 대선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중소·벤처기업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주장에 대해 “진심이라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책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각 부처 예산을 5~10%씩 구조조정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100조원 정도 마련해 (자영업자) 피해 보상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더좋은나라전략포럼’ 강연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을 위해) 100조원 정도의 기금을 확보하고, 그 기금을 제대로 활용해서 체계적으로 대책을 내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선대위 회의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시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50조원 손실보상 지원책에 대해 “지금 당장 지원 가능한 방안들을 협의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관련 예산을 “내년도 본예산에 당장 편성하자”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추경 이야기도 나온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전날 발언에 대해 “추경 논의를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재경광주전남향우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50조원 지원은 몇달 전부터 제가 주장을 했다”면서 “그때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더니 지금이라도 그 필요성을 인식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예산에도 반영이 안 된 것 같은데,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을 보이라”고 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윤 후보의 공약은 50조원 투입”이라며 “이 공약에 대해서는 재원 마련 계획도 충분히 검토되었고, 이 공약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100조원 주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추가 지원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뉴시스·뉴스1과의 화상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지원책을) 뒷받침하려는 자세가 안보인다. 대단히 무책임해보인다”며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저와의 사자회동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협상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코로나19 지원책 경쟁은 이 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말 25조원 규모의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후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50조원 공약으로 맞섰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등장하면서 100조원 지원 주장으로 규모로 체급이 더 올랐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철회한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대규모 본실보상 방안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도 시점을 대선 전으로 앞당기자며 역제안하고 있다.

여야의 공방은 대선 최대 이슈가 코로나19 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대응 의지를 수십조원 규모 예산 공약으로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 코로나19 지원에서 소외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표심을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여야 내부의 우려도 감지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3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추경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한 부담이 있다. 재정 지출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 반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당·정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입법독주 프레임에 갇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도 복잡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 추경 논의를 두고 “올해 예산 집행이 거의 다 끝났는데, 무책임한 데다 현실성도 없다”면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자영업자 지원 명목으로 추경 카드를 걸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민주당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앞세워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면 반대했다가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 50만원 지급을 주장하는 등 혼란상을 자초했다.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주장까지 얽히며 내부 입장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여당의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칫하면 이번에도 여당에 말려들 수가 있다”며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통화에서 추경을 두고 “민주당의 구체적인 제안도 없고, 원내지도부와 협의도 필요하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심진용·윤승민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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