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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재 영입 참사에 대처하는 정치권의 법칙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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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치권의 ‘인재 영입’은 종종 ‘인재 사고’로 전환된다. 인재 영입은 ‘대선 승리’라는 하나의 이유로 이뤄지지만, 이후의 논란과 사퇴는 저마다의 이유로 일어난다. 20대 대선을 앞둔 거대 양당의 인재 영입도 각종 논란에 이어진 사퇴 릴레이로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 여러 질문을 남기고 사퇴했다. 민주당이 청년인재로 섭외한 김윤이씨는 여야에 손을 내민 이력 등으로 8일 현재까지 논란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는 7시간 만에 내정이 철회됐다. ‘비니좌’로 불리는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은 각종 극우적 발언으로 당이 ‘사후검증’에 들어갔다.

인선 논란에 대처하는 정치권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당사자가 부인하고 당이 방어하는 게 첫 단계다. “오해”, “왜곡”, “사실이 아니다” 등의 대응이 이 때 나온다. 논란이 확산하면 영입인재를 발 빠르게 끊어내거나 침묵한다. 어느 쪽이든 후보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선을 긋는다. 상대 당 영입인재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거나, 그 화살을 상대 대선 후보에게 돌리는 것도 주요 대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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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승씨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영입 되기 전인 지난 3월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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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1: 부인과 방어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노 위원장은 5·18 비하 발언 논란에 이어 사회관계망(SNS) 게시글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가난한 이들을 비하하는 내용 등을 올린 게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날까지 “왜곡보도 정말 심하다”, “언론의 왜곡 스킬과 집단린치에 혀를 내두르는 중”이라고 SNS에 올리며 부인 기조를 이어갔다.

조동연 전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조 전 위원장 논란은 검증·인권·사생활 등 복합적 기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한국 정치의 리트머스 시험대였다. 민주당의 초기 대응은 사생활 관련 의혹에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했다”(지난1일 안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고 부인하는 데 그쳤다. ‘진위 여부’가 초점이 되면서 논란은 확산했고, 인권침해적 정보가 같이 퍼졌다. 전문성과 사생활, 공적 검증의 범위 등에서 논의를 이끌거나 기준을 제시하는 정당의 모습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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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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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2: 선 긋기

인재영입도 속도전, 선 긋기도 속도전이다. 여야는 대체로 영입 인재에 대한 논란이 번지면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임명된 뒤 3일 자진사퇴했다. 국민의힘이 함씨의 공동선대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는 데는 7시간이 걸렸다. ‘딸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선대위 직능본부장 임명 발표 뒤 이틀 만에 사퇴했다.

속도전에는 후보자에게 불똥이 돌아가면 안된다는 의중이 담겨있다. 사퇴하는 사람은 ‘대의를 위한 후퇴’를, 당과 후보는 바로 선을 긋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큰 뜻마저 저로 인해 오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김 전 의원) 같은 발언에도 이 같은 법칙이 녹아있다.

윤 후보는 함씨나 김 전 의원의 사퇴나 논란에 대해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 사퇴 때는 “(논란을) 기억을 잘 못했다”며 “(자진사퇴한) 뜻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재승 위원장 발언 논란엔 “선대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제3자적’ 입장으로 침묵과 방관을 오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조 전 위원장 사퇴에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모든 책임은 후보인 제가 지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당내 인사가 SNS를 통해 사생활 관련 글을 공유해 취지가 퇴색했다.

■법칙 3: 화살 돌리기

거대 양당의 영입인재 논란은 최근 일주일 사이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각 당이 선거대책위를 구성해 인재 영입과 발표를 본격화하면서 서로를 향한 공세가 도드라졌다. 양당이 모두 인사실패 논란을 겪는 와중에 서로 상대 당으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원희룡 국민의힘 총괄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위원장 발언 논란을 두고 “자기 심경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던 개인 신분에서 이제 공인으로 책임을 맡게 됐다”며 “과거 발언을 굳이 문제 삼는다면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서 왜 사퇴시키지 않나. 같은 잣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차승훈 국민의힘 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선대위에 1차 국가인재로 영입하면서 데이터 전문가로 소개된 김윤이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에 이어 각종 사기 논란에 휘말린 옐로모바일의 손자회사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민주당의 대처를 촉구했다.

조오섭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할 정도의 해괴한 극우 인사는 과연 누가 영입했는가”라며 “영입된 지 3일 만에 드러난 ‘비니좌’ 노씨의 과거 망언들은 ‘1일 1망언 후보’(윤석열)에 버금간다”며 역시 윤 후보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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