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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규 확진 7000명대·입원 대기 중 사망 속출… 의료 붕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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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7175명·위중증 840명 ‘역대 최다’

병상 확보 부족해 전국서 대기자 919명

위드 코로나 이후 대기 중 사망 증가 추세

전문가들 “의료체계 붕괴 머지않아” 경고

세계일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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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7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확보된 준중증 병상은 정부 목표치에 한참 못미쳐 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병상 확보 대책이 이미 한 발 늦었다며 기존 의료시설을 쥐어짜는 것 말고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확진자·위중증 환자 역대 최다… 입원 대기 중 사망 늘어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확진자 수는 7175명으로 처음으로 70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도 840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직전 최다 기록은 전날의 774명이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한 반면 병상 부족 현상은 계속되며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1000명 수준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1일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확진자는 전국에 919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단계별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지난달부터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29명이다. 11월 첫째 주 1명이던 대기 중 사망자는 11월 둘째 주 2명, 11월 셋째 주 10명으로 늘었고 지난주에는 13명으로 늘어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일주일 가까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확진자가 숨지는 일도 있었다. 전날 동대문구에 따르면 지난 3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 부족으로 인해 집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60대 남성 확진자가 지난 6일 0시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된 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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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장의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한 고인의 시신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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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증 병상 확보 목표치 3분의 1… 정부, 중증화율 예상 실패 시인

정부는 중증 환자 병상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신규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증가세에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등에 병상 확보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전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준중증 병상 확보는 목표치인 454개에 크게 못 미치는 166개에 그쳤다. 이는 목표치의 36.5%로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경증보다 조금 더 심한 단계인 중등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은 목표치인 692개보다 많은 844개가 확보됐다.

중증화율이 예상치를 상회하자 정부는 병상 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당초 중증화율을 1.6% 정도로 가정해서 지난해 12월 대비 중환자 병상은 약 3배,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도 3배 정도 확충했다”며 “그러나 지금 7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중증화율도 2∼2.5% 내외로 높아져 중환자실 가동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빠르게 중환자실을 추가로 확충하고 있지만 의료인력의 배정 등 한계가 있다”며 “신규확진자 수 약 1만명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위해서는 상당한 의료적 조정이 추가로 필요해 예정된 병상 확충 작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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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병상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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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기존 의료시설 쥐어짜기 그만… 중환자실 입실 순위 정립해야”

정부는 일단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쓰는 거점전담병원을 2곳 추가 지정하고 병상 600개를 확보하는 등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히 늦은 조치라며 이미 피로도가 높은 기존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더 쥐어짜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 때부터 확진자 폭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데 정부의 대비가 미흡해 의료체계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자체가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적 피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때 확진자 폭증은 이미 예견하고 대비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며 확진자 수가 기존 2000명 수준에서 몇 배로 늘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예측했을 거고 그렇다면 최소 2000~3000개 병상은 미리 확보했어야 했다”며 “그런 대비책 없이 막연히 ‘백신 접종률을 높였으니 중증으로는 안 가겠지. 집에서 치료하면 되겠지’하는 개념으로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수도 부족하고 기존 의료진 피로도도 이미 한계인데 전담병원이나 대학 병원에 억지로 병상을 늘리라고 하는 건 더 이상 무리”라며 “지금이라도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해 대규모로 병상을 확보하고 각 상급종합병원에서 차출한 의료진을 한곳에 모아 번갈아가며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입원 환자 기준을 명확히 해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실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중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때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더 많은 중환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며 “중환자 병상은 제한돼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또한 마련돼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는 ‘최고의 치료’보다 ‘최적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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