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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민주의 총리 취임…유럽 좌파재건 신호탄 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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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존중 캠페인' 통해 극좌·극우에서 노동계층 탈환

진보성향 회복…유럽 넘어 세계 사민주의에 영감 줄까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내정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독일에서 새로 집권하는 사회민주주의자 총리가 유럽 좌파 재건의 신호탄을 쏘아올릴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올라프 숄츠(63) 총리 내정자는 중도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의 최근 약진을 주도한 인물이다.

사민당은 지난 9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을 제치고 1당이 됐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여세를 몰아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16년만에 사민당이 주도하는 정권을 창출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법치, 인권 등에 우선 가치를 두는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를 자처한다.

그 때문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숄츠 총리 내정자는 경제적으로 분배에 무게를 두는 사회민주주의자로서 시장 효율성을 더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와 차별된다.

독일 싱크탱크 WZB 사회과학센터의 소장인 주타 엘멘딩어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숄츠를 메르켈의 복제인간으로 보지만 숄츠는 뼛속까지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빈곤,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소해 노동계층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사회민주주의가 노동계층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가 사회민주주의 본령을 잊은 데 있다고 보고 고심을 거듭했다.

중도좌파를 자처하는 정파들이 고학력 고소득 계층의 시장 우선주의 가치에 매몰돼 노동계층의 어려움을 등한시했다는 게 결론이었다.

실제로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 미국에서도 노동계층은 기득권 정치에 환멸을 느껴 극우, 극좌 정파로 옮겨간 상태였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노동계층을 중도좌파로 데려오기 위해 이번 총선의 화두로 '노동자 존중'을 내세웠다.

연합뉴스

연립정부 내각 인선 발표하는 숄츠 독일 차기 총리 후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 과정에서 숄츠 총리 내정자에게 적지 않은 영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샌델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은 세계화 때문에 발생한 임금 정체와 실업에 적절한 대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민주주의 엘리트들이 간과하는 점은 그들의 불평등 대응 자체에 '새 경제체계에 고전하는 것은 개개인의 잘못 때문'이라는 모욕이 담겨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2017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노동계층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은 게 패인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에서 숄츠 총리 내정자는 재무장관으로서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차곡차곡 시행해갔다.

특히 숄츠 총리 내정자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경제적 시련이 닥친 노동자, 기업을 위해 수천억 유로를 풀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간 홀대받던 보건의료 노동자, 환경미화원, 매장직원, 배달 노동자 등이 사회에 절실한 구성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게 누구인지, 열심히 일하더라도 호황 때 이익을 거의 갖지 못하는게 누구인지가 팬데믹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빈 쿠너츠 사민당 새 사무총장은 숄츠 총리 내정자가 이상주의적 청년, 관료, 최고급 관료를 지낸 뒤 진보성향을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존중 캠페인'은 열매를 맺어 올해 총선에서 극우, 극좌로 떠난 80여만 표가 다시 사민당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숄츠 총리가 이끌 새 독일 정부도 결국 중도좌파 성향을 더 깊이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의 연립정권 협상안에는 1천만명의 임금을 올릴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좌파정책이 포함됐다. 숄츠 총리 내정자는 신규 주택건설, 연금 안정화 같은 노동계층을 위한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

쿠너트 사민당 사무총장은 "독일에서 사민당의 선거 승리가 세계적으로 사회민주주의 부흥 신호가 되길 희망한다"며 "유럽연합(EU) 강화를 위해 먼저 유럽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기성정당이 참패를 거듭한 EU 27개국 가운데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한 곳은 9개국이다.

벌써 프랑스에서는 좌파 사회당 대선후보인 안 이달로 파리 시장이 숄츠 총리 내정자의 존중 캠페인을 연상시키는 정책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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