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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완전 요물이네" 공군, 이번엔 부사관이 장교 성희롱·성추행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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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10비행단 성폭력 의혹 폭로
대대장이 수사 무마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피해자, 군 검찰에 가해자·대대장 고소했지만
"피의사실 인정되나 성적 의도 없었다" 불기소
한국일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10전투비행단 여군 장교 강제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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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이 같은 부대 여성 장교를 성희롱하고 강제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 측은 상관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고, 군 검찰은 가해자와 상관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4월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장교 A씨가 같은 대대 B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대대장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서 그 근거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했다.

부사관이 장교에게 "완전 요물" "귀가 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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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상사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군인권센터 제공


센터에 따르면 B상사는 상급자인 A씨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자격증 취득 등 장기복무에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며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성추행은 4월 6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발생했다. 자신의 지인과 A씨가 동석한 이 자리에서 B상사는 A씨의 어깨, 등, 팔 안쪽을 만지거나 찔렀고, 식사 후엔 "귀가 작네"라면서 A씨의 귀를 만졌다고 한다.

B상사는 다음 날인 7일 "집에서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 8일 "같이 먹게 햄버거를 사와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A씨에게 사적 만남을 제안했다. A씨가 거부하자 B상사는 "순진한 줄 알았는데 받아치는 게 완전 요물"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센터는 B상사가 또 A씨에게 "장기(복무)를 할 생각이면 간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주인은 부사관"이라고 말했다며 소위 '여군 길들이기' 시도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특별조사 기간에도 사건 무마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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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10전투비행단 여군 장교 강제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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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4월 9일 상급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군사경찰대대장 C중령은 A씨에게 가해자 처벌 의사를 물으면서도 신고를 재고할 것을 권유했다. '장교로서 역량이 부족해보일 수 있다'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다' '역고소 가능성이 있다' 등이 C중령이 제시한 이유라고 센터는 설명했다.

A씨가 이를 물리치고 10일 고소 의사를 밝히자, 이틀 뒤인 12일 B상사의 근무 공간을 다른 데로 옮기는 방식으로 분리조치는 이뤄졌지만 수사는 이내 가로막혔다고 한다. 센터는 "4월 12일 A씨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가 진행되던 중에 C중령이 들어와 '네가 불리하다, 고소를 안 하는 게 좋겠다'며 수사관인 D상사에게 사건을 폐기하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했고, 그 뒤로 조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숨진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 성폭력 특별조사가 시작된 올해 6월에도 C중령의 무마 시도는 계속됐다. C중령은 A씨에게 B상사를 상관 모욕 및 지휘관리 소홀로 다른 부대에 전출 보내기로 했으니 더 이상 사건을 언급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A씨 또한 비편제 작전장교로 배치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센터는 "피해자 신고를 적극 받고 있던 기간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은폐와 수사 무마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중령의 말과 달리, B상사는 보직 심의 결과에 따라 전출은커녕 도로 A씨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C중령은 A씨에게 B상사 유임에 동의해달라며 "군 생활 오래해야 할 것 아니냐. 평정은 다 깔아주겠다(※근무성적을 좋게 주겠다는 의미)"고 회유했다는 것이 센터 측의 주장이다.

군검찰 "성적 의도 없는 행동" 불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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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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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결국 7월 12일 B상사와 C중령을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 고소했지만, 군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센터는 "B상사가 수사 과정에서 피의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군 검사는 불기소이유서에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B상사가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성추행은 있었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는 없었다는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강제추행은 가해자의 성적 의도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또 군 검사가 C중령의 수사 무마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배려한 것일 뿐 조사를 무마하려 협박하지 않았다'는 C중령 말만 믿었다고 주장했다. C중령이 '사건 폐기'를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된 D상사는 군 검찰에서 "C중령이 진술서 작성을 중단시킨 게 아니라 피해자 심리 상태로 인해 조사를 중단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센터는 "피해자는 조사 중단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상태가 나아진 뒤에도 조사 재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군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공군은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B상사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려웠고 C중령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다만 일부 비위 사실이 인정돼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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