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최태원 "기후변화, 모든 업종 다 바꿔야 대응 가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美서 TPD 참석···특파원 간담

비용 싼데만 찾아 공장 지을수 없어

미국 내 반도체 팹 등 검토할 때

삼성·TSMC와 파운드리 경쟁 안해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현지 시간) 기업인의 입장에서 볼 때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기후변화 대응이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경우 적어도 국가 간의 타협과 대화의 여지가 있으나 기후변화 대응은 에너지 시스템을 단기간에 총체적으로 바꿔야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날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개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TPD)’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데 기후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하다못해 반도체를 만들든 석유화학을 하든 정유업을 하든 전부 다 바꿔야 하는 것”이라면서 “저희로서는 더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미국 정부의 규제로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배치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과 관련해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중국 공장은 계속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용인에 얼마든지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팹(공장)을 지어서 투자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한 해법인가를 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며 “옛날처럼 코스트(비용)가 싼 데만 쫓아다닐 수 없는 문제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개편을 위해 미국 내 투자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결정이 더 복잡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코스트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5일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아직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이 없지만 이를 위한 ‘전제 조건(precondition study)’을 살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 투자와 관련해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모델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안에 들어가서 삼성이나 TSMC와 경쟁할 생각까지는 없다”면서 “파운드리는 약간 다른 문제고 필요한 로직 칩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건데, 나름대로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주력인 메모리 분야에 설계 능력을 결합한 시스템온칩(SOC) 등의 분야를 확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SK의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