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김도윤 "유아인도 탐낸 화살촉 리더, 나인 줄 모르니 묘한 쾌감 있었죠" [TEN인터뷰]

김도윤 "'지옥', 선물 같은 작품"
"유명한 배우였다면 반전 들켰을 것"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 만남, 항상 즐거워"

[텐아시아=정태건 기자]

배우 김도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도윤이 넷플릭스 '지옥'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도윤은 '지옥'에서 새진리회를 맹렬히 추종하는 화살촉의 리더 이동욱을 연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첫 등장부터 형광물감 분장을 한 채 개인 방송을 하는 강렬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고, 극의 후반부까지 새진리회가 만든 교리에 광적인 믿음을 드러내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며 활약했다.

8일 오전 텐아시아와의 화상인터뷰에 응한 김도윤은 "이 정도의 관심을 받게될 거라고 전혀 예상 못했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무섭기도 하다"며 "일상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똑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은 '화살촉' 리더 이동욱의 첫 인상에 대해 "정말 강렬했다. 대본상에서도 강한 캐릭터가 분명히 느껴졌고, 웹툰 원작의 그림을 보면 엄청 강하게 느껴져 '미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하는데) 부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캐릭터가 세니까 연기하기 재밌고 시도할 수 있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분장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었다. 분장팀에서 많이 고민하셨고, 힘들어하셨다. 분장이 연기를 가리면 안 되면서도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에서 이 인물임을 추측할 수 없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지셨던 것 같다"며 "인터넷 방송하시는 분들도 찾아봤고, 카메라를 보고 하시는 모든 직업을 참고했다. 뉴스 앵커나 스탠드업 코미디 등을 보고 각 특징을 하나씩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본과 웹툰 원작을 볼 때부터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불편해하실 것 같았다"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이 인물이 매력적이면서도 매력적이지 않게 그리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누군가의 신상 정보를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올리고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걸 보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거기다가 이상한 목소리와 기괴한 분장을 하고 다수에게 정보를 뿌리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불편했어요. 하지만 이동욱이라는 인물은 평생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다닌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도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옥'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김도윤은 연기력 극찬을 받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는 내가 나온다는 걸 알고 봐도 내가 누군지 못 찾았다"며 "'재밌는데 넌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물어본 친구들이 꽤 있었다. 다 보고 나서는 고생 많이 했겠다며 생각보다 잘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지도 상승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멀끔하다는 반응에 대해선 "촬영할 땐 철저하게 분장팀의 공이었고 나와서는 메이크업 해주시는 선생님들의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도 전작도 내가 연기한 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상하게 그런데서 묘한 쾌감이 들었다. 작품을 위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노력을 잘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김도윤은 이동욱 역으로 캐스팅된 이유를 묻자 "아직 내 이름이나 얼굴이 낯설기 때문"이라며 "후반부에 등장했을 때 '저 사람이 얘였냐'하는 포인트가 중요하다. 잘 알려지신 분이 연기를 하면 초반에 들키기 쉬웠을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이 절 생각해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유아인 등 다른 배우들이 탐낸 캐릭터라는 이야기에 그는 "배우라면 탐이 날만한 역할인 건 분명하다"며 "나였기에 가능했던 역할은 아니다. 누가 했어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센 캐릭터다. 누가 했어도 지금과 같은 혹은 더 좋은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작 김도윤은 "2대 새진리회 김정철 의장 역이 매력적이었다. 새진리회가 나오는 장면에서 코미디가 너무 재밌었다"며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1번은 이동욱, 두 번 째가 김정철 의장"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에 응한 이유를 묻자 김도윤은 "연상호 감독님 작품이라면 어떤 배우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독님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인데 항상 즐겁다. 감독님께서 촬영 분위기를 정말 많이 노력해서 즐겁게 하려는 스타일이다. 지옥이라는 작품을 찍는데 이렇게 해피하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고 했다.

이어 "연 감독님이 배우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부담감이 있었다"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으로 이렇게 하자며 아웃라인을 그려주시고 그 안에서 마음껏 배우들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큰 틀 안에서 배우들이 각자 준비한 걸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개인적인 해석이나 작가로서 의도는 분명히 가지고 계셨지만 그걸 일일이 강제하거나 설명하시지 않았다. 대신 키워드를 던져서 한번씩 건드려주실 때가 있다. 배우로서 막혀있는 게 한번에 해소되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 감독이 캐스팅할 때 따로 말씀하신 건 없었다. 내가 물어보니 '어울리니까 하는 거지'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내 안에 숨은 화살촉 리더의 모습을 보신 것 같다"며 웃었다.

배우 김도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영화 '반도' 촬영 후 연상호 감독의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우스갯소리로 한 거였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인간 연상호를 좋아한다. 감독님을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고 했다. 따로 조언한 게 있냐는 물음에 김도윤은 "감독님한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냥 하면 된다, 알아서 해야지'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면서도 동영상을 보여주신 것들이 있어서 참고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김도윤은 '지옥'의 인기 요인에 대해 "작품을 본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남아있다는 것, 감상을 서로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인 같다"고 말했다. 화살촉 리더가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에 대해선 "'지옥'의 사자처럼 비현실적인 인물인데 현실적인 모습도 있어서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나 싶다"며 "인터넷 문화를 상징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비판하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정 사건이나 인물, 현상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옥'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힘든 일이 생긴 분에게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아기 대신 부모가 죽음을 맞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슬픈 장면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이동욱이 결국 죽음을 맞이해 시즌2에서는 보기 어려울 전망. 이에 대해 김도윤은 "매우 아쉽지만 부활의 코드가 생겼으니까 기대한다"며 "상상을 해봤는데 분홍머리를 하고 등장하면 시청자들이 한숨을 쉬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또 나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말에 대해선 "충격적이었다. 감독님께 여쭤보진 못했는데 어떻게 부활하게 된 건지 꼭 여쭤보겠다. 아무리 생각해봤는데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지옥행 고지를 받는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순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우 김도윤/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도윤에게 '지옥'은 어떤 작품일까. 그는 "선물같은 작품이다. 그것 말고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는 건 딱히 없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다면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저 조차도 모르고 있는 다른 이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배우로서 특출나게 가지고 있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항상 콤플렉스였죠. 항상 연기할 때마다 정말 많은 생각과 혼란 끝에 카메라 앞에 섰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해버리는 적도 있어요. 저처럼 많은 걸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한테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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