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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의료용산소 제조업체 폐업 잇따라…‘제2요소수 사태’ 커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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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49곳 폐업…95개 업체 남아

현실 고려없는 일방적 보험수가 부작용

업계 호소에도 정부는 무대책 일관

헤럴드경제

한 의료용 산소 생산업체에서 산소가 주입된 용기에 봉인 작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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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유재훈 기자]코로나19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산소 생산업체의 폐업이 잇따르며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낮은 보험수가로 만성적인 재정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회장 장세훈)는 “국내 코로나19 중증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무관심에 코로나19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산소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보험수가 현실화 등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국 144개소에 달하던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중 49개 업체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허가를 반납해 현재는 95개 업체가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용산소는 제품 특성상 장거리 배송이 어려워 업체 폐업이 이어질 경우 국지적인 공급 공백이 우려된다.

업계는 의료용산소 제조‧공급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낮은 보험수가를 적자 누적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필수의약품인 의료용산소는 국내에서는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실정. 유통가격을 정부에서 책정한 보험수가 이내로 거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책정된 의료용산소 보험수가는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인상되지 않고 동결된 탓에 업계에서는 보험수가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5kg에 달하는 공병을 회수해 의료용산소를 제조·공급해봐야 책정된 금액은 1병당 6000원에 불과하다”며 비현실적인 보험수가를 지적했다.

업계는 지난 2017년 정부가 의료용산소 제조업체에 우수의약품제조시설(GMP) 적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비와 품질관리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GMP 적용 의무화에 따른 비용상승분을 보험수가에 반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의료용산소 업체들이 그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20년간 물가·인건비 상승 등 생산단가 상승으로 누적돼온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의료용가스 보험수가가 한국에 비해 최대 25배 차이가 날 정도로 가격이 현실화돼 있다. 또 2년 주기로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와 후생성이 공급단가 협의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특히 낙도, 폭설지역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차등 수가방식을 적용하고, 재택환자가 사용하는 휴대용산소에 대한 수가도 별도의 품목으로 책정하고 있다.

장세훈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속 인도,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도 의료용산소 공급 부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의료용산소 부족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료용산소 공급문제는 경제분야를 넘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제2 요소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업계 안정화를 위해 보험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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