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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부채비율이 무슨 의미?" 반문한 이재명이 놓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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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14개 비기축통화국 중 부채비율 6위
당장 부채비율 낮아도 재정압박 요인 상당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선대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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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가 지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봤는데 (우리나라는) 정말 쥐꼬리다.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국가경제 유지비용을 가계와 소상공인에게 다 떠넘기고 국가부채비율을 50% 밑으로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낮은 국가부채비율’을 근거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 재정건전성이 대선 정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재임 기간 400조 원의 국가부채를 늘린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을 ‘소극 재정’으로 규정하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한 것이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정말 계속되는 확장재정을 감당할 정도로 안정적인 걸까.

①국가부채비율 100% 넘겨도 문제없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 65.8%(2019년 기준)와 비교하면 ‘안정권’이다. 이 후보가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겨도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나랏빚을 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해당 통계에는 국가부도를 선언했던 그리스(180.9%)나 파산 위기까지 갔던 포르투갈(117.7%)도 들어가 있지만, 다수의 기축통화국도 포함돼 있다. 해외자금이 빠져나가도 화폐를 발행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축통화 사용국가와 부채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내 비기축 통화국과 비교할 경우 한국의 부채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고 말했다. 달러·엔화·유로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OECD 14개국의 평균 부채비율은 41.8%(2019년 기준)였으며, 한국은 6위에 해당했다.

비(非)기축통화국의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국가신용도가 추락하고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경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수준은 기축통화국은 97.8~114%, 비기축통화국은 37.9~38.7%로 추산했다.

②부채증가 속도, 부채의 질 악화 눈감은 국가부채 '안정' 평가


이 후보는 “국가부채비율이 낮다고 칭찬받지 않는다”면서 나라살림이 어렵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의 부채비율 수치에만 집중해 △부채 증가 속도 △부채의 질 악화 △고령화에 따른 재정압박 증대 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은 2017년 660조2,000억 원에서 내년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1,064조4,000억 원)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에서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 61%, 2030년엔 78.9%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2000~2019년 국내 일반정부부채(D2)는 연평균 11.1% 늘어 OECD 37개국 중 6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국내 적자성 채무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5년 15.5%에서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25.9%)엔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적자성 채무는 별다른 대응 재원이 없어 상환 부담이 크고 재정건전성에도 위협이 된다. 심혜인 한국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채무 증가 못지않게 부채의 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복지 등 재정지출 압박이 상당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 37.0%(2019년 14.9%)로, 종전 세계 1위 고령 국가인 일본(36.7%)을 넘어서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국가부채비율이 괜찮더라도 부채 증가 속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국가부채 이월 가능하지만 금융시장 혼란 초래 우려도


“개인부채는 못 갚으면 파산하지만 국가부채는 이월이 가능하다”는 이 후보의 주장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가부채 이월도 일정한 유지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것이지, 이를 넘어서 시장 불신이 커질 경우 파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언급하며 급증하는 한국의 국가부채에 우려를 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돈을 끌어 쓰기 위한 국채 발행이 금융시장에 예기치 못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교수는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채 수요가 늘면서 다른 채권 수요가 떨어지게 된다”며 “기업 등 다른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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