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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李-尹 외교참모, 美서 기싸움…“대북제재·인센티브 병행” vs “제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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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이 미국에서 열린 심포지엄 화상 회담에서 맞붙었다. 양 측은 워싱턴의 주요 외교안보 전문가와 학계 인사들 앞에서 대북, 대미 정책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접근방법과 관점을 드러내며 적잖은 기싸움을 벌였다.

7일(현지 시각) 워싱턴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 퍼시픽 대화’에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한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가, 윤석열 후보 측에서는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동아일보

‘트랜스 퍼시픽 대화’에서 발언하는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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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발언한 위 전 대사는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은 이데올로기적이고 유화적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 후보는 대북정책에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가 자신 같은 실용주의자를 ‘실용외교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위 전 대사는 “핵문제 저변에는 상호 불신과 안보 딜레마, 핵 프로그램을 협상카드이자 위협 수단으로 쓰려는 의도 등의 문제가 깔려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전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방식으로 대북 관여와 협상을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잘못된 행동과 약속 파기에는 정면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북정책 방향으로 △제재와 압박 및 인센티브 병행 △평화구축과 비핵화 프로세스 각각의 진전 및 시너지 모색 △국제사회의 협력과 남북대화의 상호 보완적 작동 △단계적 접근(step-by-step) 등을 소개했다.

위 전 대사는 또 “얇고 작은 살라미 조각은 더 쉽게 버려질 수 있다”며 “큰 덩어리에 합의해 북한이 합의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쉽게 도달한 합의는 쉽게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쉬운 조치들을 비핵화, 안보, 평화 같은 더 중대한 조치와 섞어서 큰 덩어리에 함께 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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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퍼시픽 대화’에서 발언하는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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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교수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난 30년 간 쉬운 단계를 앞세웠던 시도로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첫 단계부터 어려운 조치들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한 성과를 낼 때까지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고, 이 후보 측이 주장해온 ‘스냅백(snap-back) 방식’의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볼 때 북한이 신뢰를 깨더라도 제재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평화협정과 함께 가야 하는 종전선언을 왜 이 시기에 따로 떼어내서 별도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양국 간 확장억제 정책의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미사일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핵 운용 시스템의 배치를 협의하고 한미 간 정기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 간 외교+국방 장관회의(2+2) 외에 외교+경제 장관이 머리를 맞대는 또 다른 ‘2+2’ 회의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일 관계 회복을 전제로 한미일이 ‘2+2+2’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후 질의응답에서 군사안보를 넘어 반도체 공급망 같은 ‘경제안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외교경제 장관회의(2+2) 신설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위 전 대사도 공감을 표시하며 “한미 간 양자 및 다자 협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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