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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콘테 마법’의 핵심 손흥민에겐 무슨 옷이 가장 어울릴까?[최규섭의 청축탁축(淸蹴濁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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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토트넘 홋스퍼는 거목이다. 129개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양에 튼실하게 뿌리내렸다. 1992년 풋볼리그 1부에서 프리미어리그로 흙을 갈아엎은 뒤에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당연히 꽃도 활짝 피웠다. 지난 10시즌(2011-2012~2020-2021) 동안 줄곧 상위권에서 남부럽지 않게 우거진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데 2021-2022시즌 토트넘은 이상해졌다. 꽃이 시들어져 떨어지며 고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에 맞닥뜨렸다. 누누 산투 감독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두 자릿수 순위까지 곤두박질하는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서둘러 회생의 처방전을 구했다. 그 약방문에 쓰인 묘약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었다. 콘테 감독을 영입하며 메말라 가던 토트넘은 다시 촉촉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꽃을 찾기 힘들던 나무에 이제 꽃이 다시 피고 있다[樹上開花·수상개화]. ‘콘테 주사’를 맞고 나서부터 토트넘은 왕성한 생명력을 뽐낸다. 세 개의 꽃(3승)을 피우고 한 개의 꽃봉오리(1무)를 맺었다(이하 프리미어리그 기준). 꽃은 단 한 차례도 떨어지지(패) 않았다.

콘테와 손흥민의 ‘찰떡궁합’, 배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다

콘테 주사제의 핵심 성분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 손흥민이다. 별다른 기복 없이 한결같이 절정의 기량을 펼치는 손흥민의 극대화된 효용성에 힘입어 콘테 주사가 엄청난 효능을 나타내고 있다.

갈수록 농염해지는 ‘손흥민 꽃’은 2021-2022시즌 원숙미를 더해 감이 뚜렷이 엿보인다. 그 꽃은 가지를 가리지 않고 움트고 활짝 펴 토트넘을 더욱 우거지게 한다. 공격 전방위에서, 빼어난 솜씨를 펼쳐 보이며 토트넘의 공격을 이끄는 선봉장이다. 위치를 파괴한 다재다능한 공격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당혹스러움에 빠뜨린다. 한마디로, ‘팔방미인’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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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에, 손흥민 꽃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음이 단연 눈에 띈다. 최상에 이른 공격 전방위 소화 능력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수비에도 온 힘을 다하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에선, 철각(鐵脚)의 풍모마저 배어난다.

이번 시즌에, 손흥민은 다섯 가지 역을 거뜬하게 소화해 냈다. 3-4-3 또는 3-4-2-1 전형의 공격 일선 세 역(왼쪽·가운데·오른쪽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두 역(가운데·왼쪽)을 두루 연기했다. 물론, 어떤 위치에 포진해 무슨 역을 펼치든 간에, 지닌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실로, 시즌 내내 어디에서든 영롱하게 빛을 발한[八面玲瓏·팔면영롱] 그였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가 있다. 손흥민은 과연 어떤 위치에 포진했을 때 최상의 능력을 펼칠 수 있을지이다. 폭발적으로 짓쳐 들어가는 플레이가 일품인 데다 양발에 모두 능한 그가 어떤 포지션에서 ‘콘테 마법’을 극명하게 나타낼까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낼 만하다.

그 해답의 편린을 후스코어드닷컴(WhoScored.com)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후스코어드닷컴에 의하면 8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이번 시즌 13경기에 출장한 손흥민은 오른쪽 포워드(윙어)로 뛰었을 때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표 참조). 3라운드 왓포드전에서, 8.08점의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그렇지만 단 한 경기에 지나지 않아, 객관적으로 다른 포지션과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뒤따른다.

이 연장 선상에서, 손흥민에게 가장 어울리는 역은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4경기에 출장해 2골 1어시스트를 수확하며 두 번째로 높은 평균 평점(7.35점)을 받았다. 이번 시즌 전체로 외연을 넓혔을 때에도, 손흥민은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더 뛰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13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평점은 7.05점이다.

이 맥락에서, 콘테 감독이 ‘손흥민 성분’을 잘 배합해 약을 만들었음을 읽을 수 있다. 콘테 감독은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뒤 3-4-2-1 체제로 포메이션을 전환하며 손흥민의 역에 변화를 줬다. 산투 감독 시절 좌우 윙어 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았던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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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효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경기는 지난 5일 노리치 시티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해리 케인보다 약간 아래에 포진한 손흥민은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보이며 펄펄 날았다. 루카스 모우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2호)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쐐기골(6호)까지 터뜨렸다(3-0승). 평점(8.4점)도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얻은 평균보다 1.05점이나 더 높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주된 포지션이었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4경기를 소화했다. 1골 1어시스트를 올려 기록상으로는 무난했다. 하지만 평균 평점에선, 상당히 뒤떨어졌다. 6.66점으로 다섯 배역 가운데서 꼴찌의 활약도였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원 톱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적 파동 후 팀에 뒤늦게 합류하며 선발은 물론 교체 명단에도 들어가지 못한 케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개막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손흥민은 결승골을 떠뜨리며(1-0승) ‘만능 플레이어’의 존재감을 떨쳤다. 그 경기에서, 두 팀 통틀어 모우라(8.1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7.6)을 받았다.

그러나 2라운드 울버햄프턴(1-0승·6.5점)과 5라운드 첼시(0-3패·6.1점)를 상대한 두 경기에서, 손흥민은 부진한 기미를 보였다. 이로 말미암아 최전방 가운데 포워드로 뛴 세 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평점은 6.74점에 그쳤다.

손흥민이 앞으로 내디딜 길은 화려한 꽃으로 장식돼 있으리라는 전망은 들어맞을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봤듯, 객관적으로 드러난 수치에 바탕을 둔 예측이기 때문이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콘테 감독이 손흥민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형을 운용하며 잘 어울리는 옷을 입힌 데에서, 충분히 내다볼 수 있는 ‘꽃길’이다. 콘테 감독과 손흥민이 절묘하게 이루고 있는 ‘찰떡궁합’이다.

손흥민 위치별 활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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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2022시즌 15라운드 현재

전 베스트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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