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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육상 DNA' 물려받은 쇼트트랙 이유빈 "올림픽,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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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계주에서 넘어졌던 이유빈, 세계랭킹 1위로 우뚝

부모님 모두 육상 선수 출신…"BTS 음악 들으며 즐겁게 올림픽 준비

"최근 입대한 오빠를 위해서도 꼭 승리할래요"

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 이유빈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스케이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2.6. cy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은 우리나라의 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통산 24개의 금메달이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하계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27개) 못지않다.

그러나 현재 한국 쇼트트랙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 임효준의 중국 귀화와 여자 대표팀 간판 심석희(서울시청)의 '고의 충돌 의혹' 등 각종 악재를 겪으며 추락하고 있다.

결국 남녀 대표팀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은 2019-2020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12개를 획득했으나 올 시즌엔 7개에 그쳤다. 지난 시즌 월드컵 시리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대표팀의 성적이 저조하자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발견했다. 여자 대표팀 이유빈(20·연세대)이다.

이유빈은 2018 평창올림픽 여자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졌던 '쓰린 기억'을 가진 선수다.

당시 대표팀은 이유빈이 계주 준결승전 레이스 초반 넘어지는 악재를 만났지만 뛰어난 대처 능력으로 상대 팀을 따라잡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고교생 막내 선수로 출전했던 이유빈은 어느덧 대표팀 주축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월드컵 1~4차 대회 여자 1,500m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당초 이유빈은 개인전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대표팀에서 제외된 심석희를 대신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유빈은 진천선수촌 입촌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취재진을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밖에서는 많은 분이 걱정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우리는 분명히 베이징에서 웃으며 돌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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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남매
쇼트트랙 대표팀 이유빈(왼쪽)이 훈련소 입소를 앞둔 친오빠를 격려하고 있다. 이유빈은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복무 중인 오빠를 위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이유빈 SNS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부모님은 육상 커플…많은 것 물려받아"

이유빈은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아버지와 허들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선수의 길을 밟았다.

스케이트를 처음 탄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친오빠인 쇼트트랙 선수 이준서가 취미반 활동으로 스케이트를 배웠는데, 이유빈은 오빠를 따라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스케이트장에 간다고 해서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스포츠 DNA'는 숨길 수 없었다. 이유빈은 스케이트를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발전 속도도 놀라웠다. 이유빈은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전국 꿈나무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천재 쇼트트랙 소녀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유빈은 "부모님은 내게 좋은 운동신경을 물려주셨고,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며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내 의견을 경청하면서 친구처럼 대해주셨는데, 이런 집안 분위기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오빠의 존재도 이유빈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사춘기 때 오빠와 많이 싸웠다"며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사이가 좋아졌는데, 지금은 많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유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뒤 오빠를 위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유빈은 "오빠는 지난 8월에 해군에 입대했다"며 "오빠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경례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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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뒤를 부탁해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유빈(왼쪽)이 2018년 2월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지자 다음 주자인 최민정과 터치를 하고 있다. 2018.2.10 yatoya@yna.co.kr


◇ 평창올림픽 악몽과 인대 부상…BTS 음악 듣고 이겨낸 이유빈

세계 주니어 무대를 휩쓴 이유빈은 201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만 17세의 나이에 2018 평창올림픽까지 출전했다.

이유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꿈의 무대에 출전했지만,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이 펼쳐졌다.

그는 쇼트트랙 여자 계주 준결승 도중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

이유빈은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라며 "언니들이 준비했던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속하게 뒤따르던 최민정(성남시청)이 곧바로 터치에 성공했고, 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유빈은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생각하기 싫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엔 고질적인 발목 인대 통증으로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는 "중학교 때 양쪽 발목 인대가 한꺼번에 찢어진 적이 있었다. 이후 고질적인 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유빈에겐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힘들 때마다 댄스, 피아노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최근엔 음악을 들으며 기운을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빈이 좋아하는 가수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다.

그는 "2016년부터 열렬히 좋아했다"며 "쉴 때마다 콘서트에 갔는데, 특히 (멤버인) 지민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유빈은 "도쿄올림픽 때 탁구 선수 신유빈이 BTS에 직접 응원 메시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라며 배시시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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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이유빈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대표팀 이유빈이 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12.6. cycle@yna.co.kr


◇ "베이징올림픽 자신 있어요"

이유빈은 이제 본격적으로 베이징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 아직은 어떤 종목에 출전할지 모른다.

이유빈은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 4위를 차지해 올림픽 계주 멤버로 뽑혔다. 상위 3명까지 나서는 올림픽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평창올림픽 고의충돌 의혹을 받는 심석희의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개인전 3위 김지유(경기일반)가 골절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어서 대체 선수로 올림픽 개인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이유빈은 "어떤 종목에 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개인전과 계주, 모두 훈련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당황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전도 자신 있다. 올 시즌 세계 최강 자리에 올라선 수잔 슐팅(네덜란드), 반칙 작전에 능한 중국 대표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이유빈은 "올 시즌 슐팅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우리 대표팀이 최근 1년 동안 제대로 된 대회를 출전하지 못한 사이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본궤도에 올라가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해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개최국 중국 대표팀과 경쟁에 관해서도 "중국 선수들은 반칙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며 "최대한 접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전 준비도 마쳤다. 이유빈은 월드컵 대회에서 보여준 인코스 공략법을 갈고 닦으면서 치고 나가는 타이밍 잡는 데 노력 중이다.

이유빈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선 밝게 웃으며 즐겁게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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