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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신사로 보는 플랫폼 판매 수수료에 대한 오해[백주원의 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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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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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2021 무신사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누적 거래액 1,23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행사 때보다 65% 증가한 수치죠. 또 하루 최대 거래액은 258억 원이고, 행사 기간 누적 매출이 1억 원을 넘은 브랜드는 137개로 지난해보다 44% 많아졌습니다. 이 중 일 평균 1억 원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한 브랜드는 26개에 이릅니다. 국내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투자업계에서도 무신사는 인기입니다. 올해 3월 세쿼이어캐피탈 및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 2조5,000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높은 판매 수수료율로 입점 브랜드들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거죠. 그 부담이 상품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저해한다는 해석도 있고요. 실제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입점 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신사의 판매 수수료율은 27.6%로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13.6%)보다 높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임에도 백화점의 수수료율(26.3%)와 비교되기 일쑤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높은 판매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만 약 1,800개의 브랜드가 참여할 정도로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들 사이에서 온라인 판매 시 꼭 입점해야 할 플랫폼으로 꼽힙니다. 플랫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더 낳은 판매 환경이 제공되는 플랫폼으로 판매 채널을 옮기면 그만인데도 말이죠. 그렇다면 왜 판매자들은 비싼 판매 수수료에도 계속 무신사에 들어가려 하는지, 아니면 정말 무신사의 판매 수수료가 정말 비싼 건지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신사의 판매 수수료율이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실제로는 높지 않다는 겁니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무신사의 판매 수수료율 27.6%가 잘못 조사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명목 수수료와 실질 수수료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수료율이 다르다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명목 수수료는 플랫폼과 판매자와의 거래 계약상 명시된 서류상의 수수료를 말하고, 실질 수수료는 실제 플랫폼이 거둔 수수료 매출을 상품 거래액으로 나눈 값입니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 1조2,000억 원 가운데 판매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중개 방식에 의한 위탁 거래액은 약 1조 원입니다. 또 올해 상반기 공개된 무신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수수료 매출은 1,232억 원이고요. 즉 1조 원의 상품 거래액에 대해 1,232억 원의 수수료 매출을 올렸다면 무신사의 실질 수수료율을 약 12.3%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다만 거래액에는 취소 및 환불 거래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에서 통상 10%의 환불이 발생함을 고려하면 실제 총 거래액은 약 9,000억 원이고, 이를 가정해 실질 수수료율을 다시 계산하면 13.6%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무신사의 판매 수수료 27.6%와는 큰 차이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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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명목 수수료율과 실질 수수료율에 차이가 나는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 무신사 측은 “무신사에는 검색 광고가 없고, 기획전이나 할인 쿠폰 발급 등에 대한 판매자들의 추가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G마켓,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다른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의류 상품 명목 수수료율는 12.6~18.9%로 무신사의 명목 수수료율보다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들은 검색 광고를 별도로 운영하기 때문에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올려 판매량을 높이려는 판매자들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또 기획전에 참여하거나 할인 쿠폰을 발급할 경우 플랫폼과 판매자가 나눠 부담하곤 하죠. 이 때문에 하나의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명목상의 수수료율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수수료의 형태로 지출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 이들 플랫폼에서의 실질 수수료율은 명목 수수료율보다 높게 나오는 거죠. 이 때문에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검색 광고 등의 별도 비용을 판매 수수료에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반대로 무신사의 경우에는 명목 수수료율에 해당하는 27.6%만 내면 브랜드별로 최적화된 마케팅이나 기획전을 진행해주고, 할인 쿠폰 발급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플랫폼이 부담합니다. 다른 쇼핑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무신사의 실질 수수료율이 결코 과도하게 높다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셈이죠.

명목 수수료율이 높은 대신 다른 추가 비용이 없어 실질 수수료율은 낮은 플랫폼이 나은지, 아니면 명목 수수료율이 낮은 대신 판매자가 광고나 기획전에 대해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는 플랫폼이 더 좋은 플랫폼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생필품, 패션, 신선식품 등 판매하는 상품에 따라 어떤 방식을 택했을 때 더 나은 판매 성과가 나오는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명목 수수료율만으로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소위 ‘갑질’을 한다, 안 한다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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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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