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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 정부, 종전선언 ‘베이징올림픽 찬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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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계기 방중이나 종전선언 등 문 정부의 임기 말 외교안보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든(얼굴) 행정부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외교적 혹은 공식적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신장에서 벌어지는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집단 학살과 반인도 범죄, 이 밖의 인권유린이 이유”라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코로나19의 성공적 극복을 세계적으로 과시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체제를 공고히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던 중국으로선 큰 악재를 만났다. 미국이 보이콧 이유로 인권을 지목한 것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임기 말 정상급 이벤트 무대가 될 수 있는 베이징 올림픽이 미·중 갈등의 소재가 되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시 주석 방한은 성사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현실화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을 제외하면 대면 정상회담 기회를 마련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유린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한 마당에 문 대통령이나 다른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하는 데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해졌다.

미국 보이콧 공식화에…중국 “어떤 대가 치를지 두고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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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세워진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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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최근 6년 만에 한국 영화 ‘오! 문희’의 중국 상영을 허용하는 등 한국을 향한 ‘러브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 회담도 열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참석 여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코로나19 상황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가 임기 말 전념하는 종전선언은 한층 멀어질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만나 종전을 선언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평창 어게인’으로 만들자는 게 정부가 기대하는 바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로 북한 국적으로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진 북한으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유인이 더 떨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혹은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미국은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니 여러분은 눈을 비비며 기다려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태도에 강한 불만으로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고, 단호한 반격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신장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신장 인권 문제’를 내건 것은 완전히 흑백을 뒤바꾸고, 잘못을 거듭하며, 스스로 기만하고 남도 속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은 스포츠의 정치화를 중단하고,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방해·파괴하는 언행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국 간 일련의 중요 영역과 국제·지역 문제에서 대화 협력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협조가 필요한 한반도 종전선언에도 파장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2028년 LA 올림픽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자오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미국의 잘못된 행동은 이미 미·중 스포츠 교류와 올림픽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파괴했다”며 “제 발등을 찍었다. 미국은 잘못된 행동의 후과를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모스크바)과 84년(LA) 동서 진영으로 나뉘어 선수단까지 불참한 ‘반쪽 올림픽’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미국의 보이콧 결정에 미국과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영국·호주는 물론, 이들 나라에 캐나다·뉴질랜드를 더한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장관급 대표단의 불참을 밝혔다. 영국·호주 등의 정치권에서도 미국의 결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캐나다는 “미국의 결정을 통지받았으며,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들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올림픽의 의미와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하고, 무엇이 우리의 국익에 최선인지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미리 알려온 바 있다. 다만 이런 소통 과정에서 보이콧 동참 요구 등 관련 요구를 해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도쿄=신경진·이영희 특파원, 유지혜·임선영·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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