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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中 견제하는 사이... 러시아, 東進 파트너로 인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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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양보 없는 격돌을 계속하는 사이,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동진(東進)’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 동유럽 지역에서 잇따라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엔 인도와 밀착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선일보

6일(현지 시각)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연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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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은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신흥 경제 5국(BRICs) 회의 이후 2년 만이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안보, 경제, 기술 등 총 99개 항목에 걸쳐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특히 양국의 국방장관과 외교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2+2’ 회담을 실시해, 군사·방위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인도를 열강이자 오래된 친구로 생각한다”며 “군사 협력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우정은 변함없다”고 했다. 독일 일간 쉬트도이체차이퉁은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한편,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손을 잡고 (미·중 갈등의 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군사 협력 강화였다. 인도는 이미 1950년대부터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해 온 세계 최대 러시아 무기 수입국이다. 인도 해군 무기의 약 80%, 공군 무기의 약 70%가 러시아제다. 프랑스 일간 르푸앙은 “인도는 2018년 미국의 반대에도 미국산 ‘패트리엇’과 경쟁하는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 체계를 54억3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맺고 최근 배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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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이번에 S-400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대공 방어망 시스템 현대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최신 소총 ‘AK-203′ 60만정을 인도에서 생산, 인도군을 무장키로 했고, 2030년까지 유효한 군사기술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두 나라는 이미 순항미사일과 스텔스 기능의 5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전투기(Su-30)와 주력 전차(T-90)의 인도 내 생산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재 연간 100억달러(약 11조7900억원) 수준인 양국 무역 규모도 2025년까지 300억달러대로 3배 확대키로 했다. 또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공동 투자와 원자력 기술 분야의 협력도 논의했다.

러시아와 인도가 서로 밀착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양축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4국 반중 연대 ‘쿼드’에 속해 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모스크바센터는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미국의 우방인 인도는 (카슈미르 국경 분쟁으로) 중국과 지정학적 대결을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인도의 접근은 서로를 적과 친구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인도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에서 실리를 취하려 하고, 러시아도 인도를 발판으로 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을 꾀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인도에 러시아 해군의 거점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6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함정이 인도 연안의 항만 시설이나 해군 기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인도의 밀착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조4830만달러와 2조6230만달러로, 미국(20조9400만달러)과 중국(14조72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 다음가는 군사 강국이고, 인도는 13억8000만의 인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노동력으로 중국을 위협하는 제조업 강국을 꿈꾸고 있다.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 인터넷판은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 연쇄 효과가) 동북아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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