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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귀하신 몸' 은행 달력 구하기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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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마다 돌면서 달력 수거 중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글에는 근방 중심가에 은행들이 많아 영업점 이곳저곳을 돌며 달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달력을 많이 주는 영업점에는 ‘계좌 개설을 해야겠다’거나 ‘ㄱ지점은 친절하다’는 등 정보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연말마다 은행 영업점을 돌며 ‘은행 달력’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점 한편에 쌓여 자유롭게 배부되던 과거와는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행 달력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은행 달력을 검색하면 2000원에서 많게는 1만 원에 달하는 금액에도 은행 달력이 거래되고 있다.

은행 달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집에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라는 속설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는 심리가 달력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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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은행 달력 공급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종이 달력 역할을 대체하면서 종이 달력 자체 수요가 줄어든 탓이 크다.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기업들도 연말마다 달력을 생산·배부해왔으나 최근 이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재작년부터 벽걸이 달력 제작을 중단하고 탁상용 달력을 직원들에게만 나눠주고 있다. BMW는 지난해부터 VIP 고객들에게 배부하던 달력과 다이어리 제작을 중단했다.

더군다나 은행권은 스마트 뱅킹 활성화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고객이 감소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중점을 두게 되며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사용을 줄이는 등 복합적인 이유로 달력 생산을 감축해왔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은행별로 300만~500만 부가량이었던 은행 달력 제작량은 최근 100만~200만 부가량으로 줄었다. A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달력을 130만 부 제작했다”라고 밝혔다.

제작 부수가 한정되자 은행 달력을 구하고자 하는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A 은행 직원에 따르면 “배정된 달력 2500부를 이달 초부터 배부했는데, 고객들이 개점 전부터 줄을 서서 받아가시는 등 이틀 만에 배부가 종료됐다”라고 설명했다.

품귀현상으로 인해 은행 영업점을 돌며 달력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이른바 ‘달력 거지’들도 있어 일부 영업점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달력 배부를 1인 1부로 제한하거나 실제 거래 고객일 경우에만 달력을 증정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투데이/박민규 기자 (pmk898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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