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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눈·코·입 흐릿…너일 수도, 나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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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1년작 `SOMEONE`(53×41㎝).


너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 더더욱 표정을 읽기 힘들어진 시대에 와닿는 그림이다. 사람 형체와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만으로 표현해 인물 내면의 초상화를 만들고 마치 숲처럼 그림으로 하얀 전시장 벽을 가득 채웠다. 코로나19로 고립감을 느끼는 인간들이 이 공간 속에서만이라도 한꺼번에 모여 '정모(정기모임)'라도 하는 듯싶다.

인물 내면 초상 시리즈로 알려진 변웅필 작가(51)의 기획 초대전 'SOMEONE'이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에서 12월 1~30일 열린다.

강화도에서 상경한 변 작가는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니 '방언 터진 듯' 수다스러워졌다. 대학 강의를 끊고 전업작가로 돌아서 오롯이 그림만 몰입하려 서울을 떠났다. 그는 국내에서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전국적인 공모전에서 입상하면서 미술의 길에 들어섰다. 동국대 졸업 후 독일 뮌스터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와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지 이제 15년가량 됐다.

이번 기획전 인물들은 혼자, 혹은 둘이 다양한 자세를 취하지만 무얼 하는지도 모호하다. 그의 작품은 독일에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싹이 텄다. 유학생으로 틈틈이 손님들을 관찰하고 그렸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사실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의 일그러진 자화상 연작을 해서 주목받았으나 2018년께부터 형태를 간략화하고 최소한의 선을 사용해 정물화 같은 초상화 연작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적 미술은 '소박미'에 있다고 본다는 작가의 말처럼, 평화롭지만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게 한다. 색감도 우리 전통 오방색이 기반이지만 좀 더 밝고 세련돼 현대적인 느낌이다. 변 작가는 "그림 어디서도 선이 3개 만난 것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시각적 조형미를 중시한다"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처럼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70세까지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그림은 철저함이 생명이다. 붓질은 가로선으로 그리되 마치 디지털 프린트처럼 표면이 너무 깔끔하다. 지속성을 위해 아주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심지어 전시장 액자 틀까지 본인이 손수 만들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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