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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술 리더십 흔들리자...이재용의 뉴삼성 ‘새 진용’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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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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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세대교체, 성과주의 인사 재확인, 시장‧기술 리더십 회복, ‘60세 퇴진 룰’ 일부 복원-.

7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난달 북미 출장 후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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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종희(왼쪽) 대표이사(내정) 겸 세트 부문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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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8개월 남긴 대표이사 3인방 전격 교체



삼성전자는 모두 유임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임기가 28개월 남은 대표이사 3인방을 전격 교체했다. ‘뉴삼성’의 기치를 내건 이 부회장이 ‘세대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한종희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따로 움직이던 CE·IM 부문 통합 '파격'



특히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해 한종희 부회장(세트 통합 부문장)에게 맡긴 것은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 그간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CE와 IM 부문이 다른 회사처럼 따로 움직인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를 반영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차 측은 “세트 사업은 통합 리더십 체제를 출범함으로써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경험 중심의 차별화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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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DS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경계현 사장.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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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성과 보인 경계현 사장 대표이사 올라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인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로 돌아와 대표이사 사장 겸 반도체(DS) 부문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전형적인 성과주의 인사다. 경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기 경영을 맡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역대 최대실적을 이끌었다. DS 부문 경영지원실장이던 박학규 사장이 세트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긴 것도 삼성 안팎에선 '엄청난 변화'라는 반응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은 물론 삼성전자 내부 조직 간 벽을 허물면서 동시에 조직에 긴장을 주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호 부회장 승진으로 사업지원 TF에 힘 실어



정현호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의미가 크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옛 미래전략실(미전실) 같은 콘트롤타워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미전실의 부활’이라는 논란을 피하면서 정 부회장의 승진으로 갈음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힘이 실린 사업지원 TF를 중심으로 뉴삼성을 위한 미래 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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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규 삼성전자 세트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왼쪽)과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사장. [사진 삼성전자]





‘60세 퇴진 룰’ 일부 복원하며 인사 적체 해소



‘60세 룰’이 일부 복원되면서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 인사 적체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이다. 60세 룰은 2000년대 중반까지 삼성의 주요 인사 원칙 중 하나였다. 만 60세가 넘는 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을 교체하는 관행을 말한다. 하지만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 안정’ 차원에서 60세 룰이 느슨해진 측면이 있었다.

이번 인사에선 만 63세인 김기남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종합기술원장으로 옮겼고, 만 60세인 김현석‧고동진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현호 부회장이 만 60세지만, 한종희(59) 부회장과 경계현(59) 사장, 박학규 사장(57), 강인엽(58) DS 부문 미주총괄 사장 등은 모두 만 60세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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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한 최경식 세트 부문 북미총괄 사장, 박용인 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김수목 세트 부문 법무실장(사장). [사진 삼성전자]





3대 주력사업 수장 교체는 '문책성 인사'



무엇보다 이번 사장단 인사의 최대 핵심은 3대 주력 사업(반도체·스마트폰·가전) 수장 교체다. 시장에서는 가석방 이후에도 이어지는 재판으로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운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3인방을 유임하면서 ‘안정 속 쇄신’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은 세대교체였다. 최근 발표한 인사 제도 개편과 곧 이어질 조직 개편, 임원 인사 등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기조를 위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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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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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삼성의 시장·기술 리더십 약화



관련 업계와 삼성 내부에선 대표이사 3인방 교체를 ‘문책성’ 인사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냈지만, 이들이 3대 주력 사업 수장에 오른 2017년 10월 이후로 시계열을 넓히면 후한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년간 3대 주력 사업에서 ‘시장‧기술 리더십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글로벌 ‘톱10’에 드는 기업답지 않게 ‘빅 피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물론 반도체 시장 경쟁 격화, 스마트폰 시장 둔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 가전 수요 감소, 공급망 리스크, 특히 오너 부재라는 안팎의 리스크 속에서 전문경영인 3인방이 중심을 잡고 삼성전자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초‧최고‧최대’를 자부했던 삼성의 기술‧시장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많은 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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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고동진 사장(왼쪽부터), 김현석 사장, 김기남 부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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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지지 않는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



반도체 부문의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대만 TSMC와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TSMC와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올 3분기 기준 세 배(TSMC 53.1%, 삼성 17.1%) 차이고, 6일 기준 시가총액 격차는 약 265조원(TSMC 720조원, 삼성전자 455조원)에 달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잇따라 ‘세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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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 해 스마트폰 판매량 3억 대 이하로 고착



스마트폰 사업은 더 심각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점유율이 0%대로 추락했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폰 시장에서도 중국 샤오미와 오포·비보는 물론 원플러스·리얼미까지 전 세계에서 삼성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2013~17년 3억 대 이상이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8년엔 2억9200만 대, 지난해엔 2억5500만 대로 줄었다. 올해 내놓은 3세대 폴더블폰이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선방했지만, 올해 판매량은 7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세로 떠오른 OLED TV 시장 뒤늦게 진출



가전 분야 역시 큰 ‘패착’이 있었다. 삼성은 TV 시장에서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포함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하락 추세다. 업계 전문가는 “LCD 시장이 모두 중국에 넘어가는 와중에도 삼성이 LG와 감정싸움을 하면서 OLED를 외면한 것은 전략적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내년 퀀텀닷(QD)-OLED TV를 출시하고,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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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전문가 “전문경영인에 좀 더 힘을 실어줘야”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누군가는 정체된 실적과 흔들리는 리더십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임원은 “3인의 대표이사가 자신이 맡은 부문만 우선 챙기다 보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성장 산업에 대한 전사적인 비전과 투자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CE·IM 부문이 세트 부문으로 통합되고,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지원 TF에 힘이 실린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지난 4년간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석방-재수감-가석방’이 이어지면서 최고 경영진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보다는 총수의 안위와 자신의 자리에 더 신경을 쓴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명분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주저해 왔다. 삼성의 전문경영인은 CEO라기보다는 최고운용책임자(COO)에 가까웠다”며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전문경영인에 좀 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기는 이날 인사를 통해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삼성SDI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전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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