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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퀵커머스 향해 질주 하는 유통업계 뒤로 드리워진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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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관계 없이 유통기업들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어

직매입 통해 확보한 상품 자체 물류센터에서 포장 후 배송하는 구조상 대형 물류센터·직매입 비용 발생

수천억 들인 물류센터 건립 후 시장 확보 실패시 치명적

앞서 배달앱(app)서 배달원 확보 위해 적자 감수하며 쏟아부운 비용 전례 볼 때

2시간 배송 '핵심' 될 배송원 확보에도 천문학적 비용 예상돼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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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이 더 빨라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새벽배송을 넘어 더 빠른 배송을 위해 앞다퉈 물류 기지를 마련하고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을 통한 도심형 풀필먼트를 구축 중이다.

그러나 초고속 배달 경쟁을 벌인 음식 배달 앱들이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재를 볼 때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떠오른 '퀵커머스'를 둘러싸고 유통기업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고배를 마신 기업이 벌써 등장하며 초고속 배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롯데온은 8일 롯데마트 부산 동래점에 다섯 번째 '바로배송' 점포를 열었다. 롯데온은 기존 롯데쇼핑이 구축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롯데마트를 도심형 풀필먼트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주문 후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SG닷컴도 전국 110여 곳 이마트 점포에 배송센터를 구축해 3시간 단위 예약을 통해 '쓱배송'을 서비스 중이다.

홈플러스는 10월 서울 영등포점과 부산 영통점에서 '세븐오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평균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로, 론칭 한 달만에 전월 대비 하루 평균 온라인 매출 15% 신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벌써 고배를 마신 유통기업도 있다. 11번가는 지난 6월 론칭한 '오늘 주문 오늘 도착' 서비스를 지난달 29일 종료했다. 매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주문한 상품을 주문 당일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였으나 규모가 작아 물건 구색이 적고 배송 효율이 실제만큼 높지 않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11번가의 직매입 상품을 익일배송하는 '쇼킹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쿠팡도 2015년 2시간 배송을 야심차게 걸었으나 결국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기업들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퀵커머스 다툼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치킨게임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

마트나 수퍼마켓(SSM),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이미 확보 중인 기업은 이를 도심형 풀필먼트로 다듬어 이용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없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류기지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물류기지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 구축한다고 해서 '승자독식' 체제로 치열해짐에 따라 대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당일배송' '2시간 배송'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서비스 자체가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는 직매입을 전제로 하는데,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며 "신선식품의 경우 보관상의 문제와 재고 처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신선식품이 아닌 일반 상품 역시 재고 부담을 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지역에 수천억을 들여 물류기지를 구축하고 실제로 활용하는 데에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이상"이라며 "그런데 구축 후에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역시 이미 구축한 점포가 있다고 해서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롯데온은 내년까지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각 매장마다 20억~30억원을 투자해 바로 배송 점포를 5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마트·쓱닷컴은 2025년까지 대형 PP센터(물류 포장·배송 센터)를 70여 곳까지 늘일 예정이며 이베이코리아와 연계해 운영하는 데에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앞서 퀵커머스 전쟁을 벌인 음식 배달 앱(APP)들에서 촉발한 문제들을 지적한다.

2019년 우아한 형제들은 'B마트'를, 2020년 쿠팡은 '쿠팡이츠'를 론칭하며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플랫폼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취한 '더 빠른 배달'은 확보한 배달원의 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배달원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이들 기업이 선택한 것은 배달원 수급을 위한 추가 운임료 지원이었다. 업주에게는 프로모션 비용으로 1000원만 받으면서 눈·비가 오는 때 배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주문 건당 최대 1만원이 넘는 배달료를 지급하면서 퀵커머스 기업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경험한 이들이 충성고객층이 되었듯이 퀵커머스 대표로 떠오르는 기업 한 곳이 모든 수요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며 "1위 기업으로 떠오르기 위해 배송차량과 배달원을 확보하려 벌이는 유인책은 결국 '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치킨게임'이라는 업계 내 목소리에도 유통기업들의 '2시간 배송'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강자들은 이커머스에 밀리지 않기 위해 퀵커머스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이커머스 기업들은 사실상 각 플랫폼의 차별화가 거의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결국에는 '시간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타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결국 PP상품과 소비자에 대한 현금성·쿠폰 지원이 전부인 상황 속에서 퀵커머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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