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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방역패스 확대에 뿔난 자영업자들… “방역 책임 왜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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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카페에도 방역 패스가 확대 적용된 것과 관련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인력이 모자라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데다, 방역패스를 거부하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역패스’ 강요가 손실보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실상 집합제한 조치라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방역실패 수습을 위해 자영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별도의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6일부터 접종증명 음성확인제(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을 식당과 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확대하는 특별방역대책 후속 조치를 시행 중이다. 사적모임 허용 인원은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각 4명씩 줄었다. 또 식당과 카페의 경우 미접종자 허용 기준은 4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식당과 카페에서 수기명부작성은 금지되고, 업주는 반드시 이용객의 접종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방역수칙을 위반할 시 영업자는 300만원, 이용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조선비즈

4주 동안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축소되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가 적용된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노가리골목 한 음식점 앞에 QR코드 출입증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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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오는 12일까지는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방역패스가 확대되면서 식당과 카페에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수기명부작성이나 안심콜 등 기존의 방식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방역패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업주나 아르바이트생 등이 일일이 큐알(QR)코드나 신분증을 통해 손님 전원의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대형 식당은 방역패스 관리 인원을 따로 고용해야 할 정도로 일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식당은 코로나19로 매출이 현저히 감소해 추가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 영종도에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주말엔 알바가 두명이고, 평일엔 한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어제부터 손님이 들어오면 알바생 한명이 일일이 큐알코드를 통해 백신접종여부를 확인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일손이 딸렸다”면서 “이미 적응된 수기명부나 안심콜 서비스는 손님이 직접 하는 것이니 괜찮았는데, 방역패스는 업주 입장에서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확인을 거부하는 손님과의 실랑이도 일어난다. 방역수칙을 고지해도 이용객이 “업주가 신고만 안 하면 걸리지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식이다. 고객을 앞에 둔 을(乙)의 입장에서 방역패스 확인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계도기간 중에는 안심콜 등 기존 방식도 지켜지지 않고, 방역패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여하는 방역패스 시행이 오히려 방역관리를 해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안심콜이나 수기작성명부 등의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데, 손이 더 많이 가는 방역패스는 실효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태료 책임면에서도 업주만큼이나 이용자 책임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정부가 방역실패를 수습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에 또다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교회 등 종교단체를 통해 퍼져나가는 실태에도 종교시설이나 직장이 아닌 식당이나 카페, 체육관 같은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시설에만 엄격하게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손님 과태료 부담이 크지 않으니 단체손님들이 들어와서는 그냥 막무가내로 안 걸린다며 가게를 이용하려는데 이를 어떻게 정색하며 거절하겠나”라면서 “반대로 업주 위험부담은 너무 큰데, 방역패스에 대해 반발하는 손님들의 짜증까지 다 응대해야하니 너무 힘들다. 차라리 방역을 제대로 하려면 업주와 손님의 과태료 수준이 바뀌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단체들도 입장문을 내고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철저히 묵살된 방역 강화 대책으로 업계가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소상공인업계는 매출 감소는 물론 방역 패스를 관리할 인력도 고용할 수 없고 미접종자를 구분할 시스템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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