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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암 환자도 10일 넘게 고시원에... 매일 추가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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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취약계층 코로나 감염 관리 제대로 안 돼... 홈리스행동 "오세훈 시장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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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주근(가명·70대)씨가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은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지나가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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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조인동 행정1부시장에 '면담 요청' 한 줄만이라도 팩스로 보내주세요."

지난 2일 '홈리스행동'은 단체 회원들에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긴급 메일을 보냈다.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밀접 접촉한 홈리스들에 대한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감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홈리스들까지 속수무책으로 확진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40명 가량이 입주한 서울 용산구 A고시원이 단적인 예였다. 지난 11월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곳은 26일 총 2명, 28명 3명으로 늘더니 30일엔 결국 11명이 확진판정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입주민 4분의 1 이상이 일주일 만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정부 지침대로면 확진자·밀접 접촉자 모두 임시생활시설에 즉시 격리돼야 했다. 그러나 입주자 모두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10일 넘게 한 건물에 '갇혀 살았다'.

이 중엔 과거 심장 수술을 받았고 최근엔 암 치료 때문에 수술을 준비하던 홈리스도 있었다. 2020년 12월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암이 기저질환이었던 사례는 10.7%다. 그는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 4일 만에 추가 감염됐고 이후에도 6일 넘게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당시 패닉 상태에 빠졌던 고시원장은 문제 상황을 언론에 알리자는 홈리스행동 활동가에게 "어차피 골든타임이 지났다"며 자조만 했다.

홈리스행동 등 홈리스 지원 단체들은 서울시에 홈리스에 대한 이송·치료대책과 감염 전파 상황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이는 홈리스 복지를 담당하는 자활지원과가 책임질 수 없고 서울시민 건강·복지를 총괄하는 행정1부시장이 나서야 할 문제라며 행정1부시장과 서울시장 면담도 요청하고 있다.

사각지대 방치 악화일로... 매주 PCR 검사해야 무료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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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1일 홈리스행동 등 홈리스 지원 단체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송·치료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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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이 A 고시원 상황에 더 다급했던 이유는 확진자들의 정확한 상태를 알지 못해서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암 환자 홈리스 분을 포함해 고시원 확진자 대부분 전화가 없어 몸 상태가 어떤지, 현재 이송·치료 상황은 어떤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5일 넘게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견디다 병원에 이송된 감염자도 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한 쪽방촌의 70대 고령 주민이다. 최봉명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는 "거동이 불편해 혼자 식사하기 어려운 고령자 주민이셨는데 코로나 확진 때문에 식사 도우미 도움도 못 받고 지원된 도시락도 환자 상태에 맞지 않은 내용물이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며 "3일 넘게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드셔 119에 3번이나 연락했지만 '베드(병상)가 없다'는 답만 들었다. 그렇게 5일 동안 계시다가 지난 4일에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최 간사는 "고시원, 쪽방 등은 사람들 밀도도 높고 환기시설도 없고 세면장, 화장실 등을 같이 쓰는 공동생활을 한다. 열악한 곳은 건물 한 동에 화장실이 한 곳"이라며 "취사시설도 미비하니 재택치료도 힘들다. 종로쪽방도 최근 3주 동안 확진자가 80명 가까이 나온 걸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 지역의 한 노숙인 생활 시설은 수용인원 78명 중 66명(약 85%)이 집단 감염됐다. 홈리스행동이 10월 26일부터 11월 16일까지 입소자와 시설 관계자 등을 교차 조사해 확인한 수치다.

이렇게 지난 11월 한 달 간 주거 취약 계층의 '감염 확산' 사례로 홈리스행동이 자체 조사한 곳은 총 5곳, 감염자 수는 최소 180명이다. 영등포 노숙인 복지 시설(34명), 동대문 노숙인 시설(66명), 영등포 고시원(13명), 서울역 인근(10명), 종로쪽방(57명) 등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극히 일부만 조사한데다 자체 파악한 값이라 한계가 있고 만화방, 사우나 등의 시설은 아예 제외했다"며 "서울시가 주거취약계층의 감염 전파 상황과 실태를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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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행동 활동가를 만난 한 홈리스가 보여준 PCR 검사지. ⓒ 홈리스행동



상황이 이러하니 홈리스들 사이에선 '치료 대책만 늦지 감시·통제는 신속하다'는 힐난도 나온다. '음성확인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부터 7일 이내 음성 통보를 받은 경우에만 무료 급식소, 노숙인 생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을 이용하려면 매주 진료소를 찾아가 PCR 검사를 하고 검사지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서울역 인근 한 무료 급식소의 이용자는 제도 시행 후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홈리스의 복지 서비스 접근성을 낮추는 조치는 이리 조속히 시행하면서 실제 확진자들에 대한 보호는 손을 놓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은 "만성질환 및 정신질환자 입원요인이 있거나 고시원 등 필수 공간(화장실·주방 등) 분리가 어려운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우선 입소한다"고 정한다. 정부는 지난 6일 추가 지침을 발표하면서도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인 경우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입원(입소) 치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이에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 감염 환자들은 '자가격리'라는 미명에 독립 주거가 전혀 불가능한 쪽방, 고시원과 같은 열악한 거처에 방치돼 있다"며 "거리 홈리스들은 입원·입소가 가능한 때까지 감시 인력에 둘러싸인 채 한데서 고립되거나, 차에 태워진 채 입원·입소 여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당장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확진·밀접접촉 홈리스들에게 임시생활시설, 생활치료센터를 제공하고 취약 거처에 방치된 홈리스를 구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관련해 문제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관계 실·국인 자활지원과, 시민건강국, 복지정책실 등이 협의해 관련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노숙인 경우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는 방안을 원칙으로 해서 집행 중이고, 세부 방안은 강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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